[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가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채권단과 협상에 시작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악셀 키칠료프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협상 대표단을 내달 7일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날은 미국 법원 결정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헤지펀드들에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1차 부도를 맞은 셈이다. 다만 30일 간의 유예기간은 남아있다. 이 기간 동안 대책을 마련하지 못 하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최종 부도 처리돼 2001년 이후 13년 만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공식적으로 빠지게 된다.
이에 아르헨티나 정부가 헤지펀드들과 협상을 시작하자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이날 아르헨티나 정부의 입장 발표가 있기 전 소송을 제기했던 헤지펀드 중 하나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며 어떠한 협상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 맨해튼 법원은 이미 아르헨티나 정부와 헤지펀드 간의 협상을 중재할 인물로 대니얼 폴락을 지난달 이미 지명해둔 상태다. 이에 따라 폴락과 아르헨티나 정부 협상단이 조만간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칠료프 장관은 공정한 조건에서 채권단의 100% 이익을 고려해 신중하게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맨해튼 법원은 헤지펀드와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채무 상환을 유예해 달라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달 30일 1차 부도를 맞은 셈이 됐고 어떻게 해서든 공식 유예기간인 30일 안에 결판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2001년 1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상환할 수 없다며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후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채권단과의 채무 재조정에 합의, 기존에 디폴트된 채권 중 93%를 원리금 부담이 낮아진 새로운 채권으로 교환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 2개 헤지펀드 아우렐리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엘리어트의 계열사 NML 캐피털만 채무 재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개 헤지펀드가 제기한 소송은 이미 미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받은 상황이다. 미 대법원은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줬다.
게다가 애초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줬던 맨해튼 법원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채무상환을 유예해 달라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13년을 끌어왔던 아르헨티나 정부와 미국 헤지펀드 간의 지루한 다툼도 어떻게든 이달 안에 결판이 날 전망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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