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네덜란드 아리언 로번(30)의 '할리우드 액션(눈속임동작)'이 구설에 올랐다.
로번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포르탈레자 에스타디오 카스텔랑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16강전에서 1-1로 맞서던 후반 종료 직전 상대 벌칙구역 안에서 반칙을 얻어냈다. 멕시코 수비수 라파엘 마르케스(35)의 발에 걸려 넘어진 듯했다.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클라스 얀 훈텔라르(31)가 차 넣어 네덜란드는 2-1로 승리했다.
느린 화면으로 보기에 로번이 그 장면에서 정말 걸렸는지 의심스러웠다. 걸려 넘어졌는지, 걸리기 직전에 몸을 던졌는지 불확실했다. 걸렸다 해도 지나치게 큰 동작으로 넘어져 눈속임동작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로번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전반에 한 차례 페널티킥을 얻으려고 일부러 넘어졌다. 그러나 후반에 얻은 페널티킥은 명백히 상대의 반칙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구엘 에레라(46) 멕시코 감독은 로번이 세 번이나 눈속임동작을 했다며 "퇴장시켜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월드컵에서 눈속임동작에 대한 제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강화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눈속임동작이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고 규정하고 그런 동작을 한 선수는 경고를 주거나 퇴장시키도록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제프 블라터 FIFA 회장(78)은 눈속임동작을 판별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을 도입할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눈속임동작에 대한 엄한 제재는 때로 경기의 명암을 갈랐다. 이번 월드컵 개막전에서 브라질이 크로아티아를 3-1로 이기는 과정에도 눈속임동작 논란이 뒤따랐다. 지난달 13일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앙스에서 열린 개막전 후반 23분 브라질 공격수 프레드(32)가 상대 벌칙구역 안에서 수비수 데얀 로브렌(25)과 몸싸움하다 넘어졌다.
니시무라 유이치(42·일본)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 판정은 논란을 불렀고, 니시무라 주심은 눈속임동작에 넘어가 오심을 했다는 비난을 샀다. FIFA는 니시무라 주심에게 남은 경기에서 '주심은 볼 수 없다'(선심·대기심 가능)고 통보했다.
FIFA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눈속임동작으로 경고를 받은 선수에게 벌금 1만 스위스프랑(약 1172만 원)을 내게 했다. 경고 누적이나 즉시 퇴장에 따르는 벌금(약 880만 원)보다 높은 액수다. 더구나 눈속임동작으로 받은 경고가 두 차례 이상 누적되면 별도로 벌금 5000 스위스 프랑(약 586만 원)을 더 내게 했다. 이 벌금은 선수가 내야 하지만 국가를 대표해 월드컵에 출전했기 때문에 선수가 속한 축구협회에서 대신 내주고 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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