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브라질 월드컵 16강 여섯 경기 가운데 두 경기 승패가 승부차기로 갈렸다.
우승후보 브라질도 피해 가지 못했다. 브라질은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벨루오리존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열린 16강 첫 경기에서 칠레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겨우 이겼다. 지난달 30일에는 코스타리카가 헤시피 아레나 페르남부쿠에서 그리스와 1-1로 경기를 끝낸 뒤 승부차기 5-3으로 이겨 8강에 진출했다.
11m 거리에서 키커와 골키퍼가 일대일로 맞붙는 OX 게임. 승부차기는 1970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도입했다. 그 전까지는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이 재경기를 하거나 동전 던지기 등으로 승패를 나누었다. 월드컵에서는 1982년 스페인 대회 때 승부차기 규칙을 처음 적용했다. 1982년 7월 8일 세비야에서 열린 서독과 프랑스의 준결승전. 서독은 훗날 '세비야의 전율'로 불린 이 거친 경기에서 전ㆍ후반과 연장을 3-3으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겼다.
1982년 이후 월드컵에서는 이번 대회 16강전을 포함, 1일 현재까지 총 스물네 경기가 승부차기로 명암을 갈랐다. 먼저 슛을 한 팀이 열다섯 번(승률 62.5%) 이겼다. 2000년 이후 대회에서는 열 번 중 아홉 번(승률 90%)을 먼저 슈팅한 팀이 승리했다. 먼저 슛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쪽이 심리적인 압박을 덜 느낀다는 의미다. 승부차기가 얼마나 가슴을 졸이게 했던지 브라질 수비수 치아구 시우바(30)가 "승부차기는 너무 가혹하고 힘들어 이제부터는 정규시간 안에 승부를 내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지난달 29일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대회 이전까지 월드컵에서 페널티킥(승부차기 포함)을 찬 횟수는 361차례다. 이 중 270차례가 골로 연결, 성공확률은 74.8%다.
페널티킥은 어느 쪽으로 차야 유리할까? 공이 날아간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 위쪽으로 찼을 때 성공률이 88%로 가장 높았다. 한 가운데가 83%, 왼쪽 가운데와 왼쪽 위쪽이 각각 76%와 75%였다. 가운데 높은 쪽의 성공률은 55%로 가장 낮았다. 다만 승부차기에는 수치화할 수 없지만 가장 큰 변수인 심리적 압박이 작용한다. 승부차기에서 골을 넣으면 승리가 확정되는 경우에 나선 키커의 성공률은 93%였지만 골을 넣지 못하면 지는 경우에 나선 키커의 성공률(44%)은 50%를 밑돌았다.
월드컵 출전국 가운데 승부차기 우등생은 독일. 1982년 스페인(대 프랑스), 1986년 멕시코(대 멕시코), 1990년 이탈리아(대 잉글랜드), 2006년 독일(대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를 할 때마다 이겼다. 승부차기에서 찬 열여덟 번 가운데 열일곱 번을 성공시키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각각 3승 1패, 프랑스는 2승 2패를 기록했다.
'11m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는 그 동안 여러 차례 월드컵 우승후보들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3-4로,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브라질과의 결승전에서 2-3으로 져 고배를 들었다. 특히 1994년 대회 때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바조(47)는 거의 혼자 힘으로 이탈리아를 결승까지 이끌었지만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서 골대를 넘기는 실축을 하는 바람에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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