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들어 김용준-안대희 이어 세번째 중도낙마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14일만인 24일 자진사퇴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3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총리 후보를 자진사퇴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공직자의 사퇴와 관련된 기자회견으로는 역대 최장이랄 수 있는 15분에 걸쳐 자신에 대한 여러 논란과 의혹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고 격정과 울분을 토로했다.
문 후보자는 총리 제의를 받았을 때 박 대통령이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겠다는 말에 공감했고 미력하나마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갔고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한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돼 버렸다고도 했다.
문 후보자는 그러면서 지명 이후 과거 칼럼과 강연에서 역사관논란이 친일·식민사관으로 비화되고 자진사퇴요구가 비등해진 데 대해서는 격앙된 어조로 반박하고 비판했다. 청문회를 열지 않고 사퇴를 요구한 국회는 청문회 개최의무를 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언론에 대해서는 왜곡보도를 했다 공개비판했다.
논란이 된 교회강연을 의식한 듯 천주교신자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소개하면서 "저는 신앙 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괜찮은 것인가"라고 철수했다. 또한 전날 국가보훈처가 자신의 조부인 문남규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추정한 과정을 소개하면서 친일·식민사관 의혹을 반박하고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조부)이시고 저를 거두어드릴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시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이어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15분에 걸친 대국민강연과 같은 회견의 말미에 사퇴의사를 밝히고 자리를 떠났다.
문 후보자가 자진사톼함에 따라 박근혜정부 총리 지명자 중 낙마로는 초대 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2기 내각 첫 총리 후보자였던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세번째가 됐다. 이들 세명 모두 인사청문회를 치르기도 전에 자진낙마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지명 이후 사퇴시기는 김 전 위원장은 5일만에, 안 전 대법관은 6일만이다.
낙마이유로는 김 전 위원장이 부동산 투기의혹과아들 병역비리 의혹 등의 문제로,안 전 대법관은 고액수임료와 전관예우 의혹 등 개인신상과 관련된 문제로 사퇴했다. 반면에 문 후보자는 지명 초기에는 극우보수 성향의 칼럼이 논란이 됐다가 과거 강연으로 역사관 논란을 빚었다가 추가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친일·식민사관으로 확전돼면서 총리 후보자로서는 사상 초유의 사관논란에 휩싸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문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 협회장과 관훈클럽 총무, 중앙일보 주필을 역임한 소신있고 강직한 언론인 출신으로 그동안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인 대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온 분"이라고 소개했다. 또 "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공직사회 개혁과 비정상의 정상화 등에 국정과제들을 제대로 추진해 나갈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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