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文 총리 후보 이어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내정자 발언·행적 문제 있다"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일본의 한반도 식민 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 등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에 이어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내정자까지 친일미화 관점이 담긴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근혜정부 요직에 '친일 역사관'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사들이 줄줄이 내정되는 데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임명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과 현재 차기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박효종 전 서울대 교수 또한 일제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내용의 교과서와 관련된 인물이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일제의 식민통치에 대해 '축복이었다'는 식의 망발을 한 것으로 드러나 사퇴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교육문화수석까지 친일미화의 뉴라이트를 옹호한 부적격자를 임명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송 내정자는 서울교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1년 5월 '한국현대사학회' 창립 기념 학술대회에서 "늦었지만 경사스러운 일"이라고 축사를 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친일·독재 미화로 지난해 교육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편찬을 주도한 인사들이 주요 임원으로 있는 곳이다. 현재 이 단체의 회장은 교학사 교과서 주요 집필진이자 "좌파에 의해 한국 사회가 전복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는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맡고 있다.
지난해에도 국사편찬위원장에 '교과서 논란의 원조 격'으로 불리기도 했던 유영익 한동대 교수가 임명돼 내정 당시부터 야권과 역사학계, 시민단체 등의 철회 요구가 빗발친 바 있다. 박 의원이 이번에 송광용 내정자와 관련해 공개한 한국현대사학회 창립기념 사진을 보면 송 내정자와 유 위원장이 함께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차기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박효종 전 서울대 교수 또한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와 연결돼 있다. 박 전 교수가 준비위원장과 공동대표를 맡았던 단체인 '교과서 포럼'은 대한민국 초·중·고 교과서가 좌파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일본 식민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의 초석을 닦았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영훈 서울대 교수도 여기에 소속돼 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박 전 교수는 자유총연맹 등 극우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꾸린 자유민주국민연합 상임대표를 맡는 등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편향돼 방송·통신의 공공성과 객관성을 지킬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박근혜정부 요직에 친일 관련 인사들이 줄줄이 임명되거나 거론되는 것을 두고 역사학계는 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 민족문제연구소는 12일 논평을 내고 "현 정권 들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 이하의 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사회통합과 국가개혁의 적임자를 찾는다면서 극단적으로 분열적이고 수구적인 인사를 선택한 이번 사태가 단순히 인사 시스템의 붕괴라는 절차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만 할 수는 없으며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 정권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있다"고 말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이러한 '인사 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위중한 시국에 친일 인사를 강행한다는 것은 한일관계에 대한 역사 인식 자체가 없다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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