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중소형 제약회사인 삼성제약이 반도체 장비업체인 젬백스앤카엘에 23일 인수됐다.
젬백스가 삼성제약 최대주주로부터 지분 16.1%를 12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삼성제약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과 같은 이름이지만 삼성그룹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삼성보다 10여년 앞선 1929년 설립된 회사다.
한글이름과 영문이름(Samsung)은 같지만 한자이름은 다르다. 삼성제약의 한자 이름은 석 삼(三)자에 살필 성(省)자를 쓴다. 하루 세번 이상 업무를 살핀다는 약사출신 창업주 고 김종건 회장 의지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그룹은 석 삼(三)자에 별 성(星)자를 쓴다.
1929년 설립된 삼성제약은 초기에는 진통제인 푸로마인 한 품목만을 생산했다. 푸로마인이 크게 성공하자 점차 품목을 늘려 소화제인 까스명수와 간장약인 쓸기담, 살충제인 에프킬라 등을 추가로 개발해 판매하며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사세가 커져 액체형 소화제와 살충제의 국내 최대 판매 회사로 자리 잡았다. 1980~1990년대 매출액은 1000억원을 바라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 경영난을 넘기지 못하고 부도를 맞았다. 당시 삼성제약은 알짜사업이던 살충제 사업을 한국존슨에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거쳐 현재는 연매출 400억원 가량의 중소형 제약회사로 남게 됐다.
젬백스앤카엘은 삼성제약이 보유한 K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이 완료된 제조시설을 높게 사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제약은 경기도 화성에 의약품 제조 공장을 갖고 있다.
젬백스앤카엘은 삼성제약 공장을 이용해 계열사 카엘젬백스가 개발중인 췌장암 항암백신 GV1001을 생산할 계획이다.
다만 젬백스앤카엘의 삼성제약 인수 소식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시장에 알려진 지난 22일 이전부터 양사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양사의 주가는 인수합병설이 시장에 나오기도 전인 지난달 하순부터 현재까지 두배가량 상승했다. 이에 따라 시장 일부에서는 사전 정보유출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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