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논란 남은 과제는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권해영 기자] 14일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당사자와 가족에게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과 유가족 측도 이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7년여간 끌어온 반도체 논란이 빠른 시일 내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했던 논란인 만큼 향후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돼야 할 것은 삼성전자-피해 당사자와 가족-반올림-심상정 의원 등 관련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다. 이들이 만나 다시 교섭을 시작해야 그동안의 오해를 풀고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반올림 측은 이날 오후 "지난 5개월 간 중단돼 있던 교섭을 빠른 시일 내에 재개할 수 있길 바란다"며 "반올림을 교섭의 주체로 분명히 인정하고, 우리의 요구안에 성실히 답해 달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제3의 중재기구'도 구성할 수 있다.
'제3의 중재기구'란 지난달 피해 당사자 가족들과 반올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식 제안한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보상 기준과 대상 등을 정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기구다. 삼성전자도 '제3의 중재기구'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만큼, 최대한 빨리 기구가 구성돼야 여러 가지 조사나 보상범위 등을 확정할 수 있다.
협상을 하는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세부적인 의견 차이를 잘 매듭짓는 것도 중요하다.
이전에도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은 적이 있지만, 세부적인 문제로 대립하다 소득 없이 끝난 적이 있다.
지난해 말 대립했던 위임장 문제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협상에 앞서 법적 효력을 보장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위임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반올림이 협상의 성격을 집단 협상이 아닌 피해자 개개인과 개별협상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한 바 있다.
지난달 의견 차이를 보였던 '제3의 중재기구'에 대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도 필요하다. 이날 공식 입장을 발표한 반올림 측은 "제3의 중재기구는 반올림이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교섭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구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중재기구 구성원 등에 대해서는 협상자들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공정 업무와 백혈병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산업재해 여부에 대해 양측이 얼마나 같은 입장을 취하는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또 다른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제3의 기구를 통해 반도체 사업장을 전격 진단하는 것도 필요하다. 안전 보건 관리 현황 등에 대해 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식 사과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제안 수용을 계기로 이른 시일 내에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 당사자와 가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공식 기자간담회 전에 삼성전자 경영진은 반올림과 피해 당사자, 가족 등에게도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중이거나 사망한 노동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 산재인정소송에 개입했던 것을 철회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삼성이 이번 발표를 첫걸음 삼아 더욱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이 문제 해결에 임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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