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보도국장 해임하고 KBS 사과 방송할 때까지 만날 생각 없어"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가족들이 KBS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을 규탄하며 밤샘 시위를 벌인 가운데 세월호 가족 대표단은 "청와대 측으로부터 KBS 사장이 세월호 가족들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
세월호 침몰 24일째인 9일 희생자 가족 대표단은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정현 홍보수석을 만나 면담한 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시위 중인 가족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희생자 가족 대표단 관계자는 "청와대 측을 만나 KBS 사장의 사과와 해당 보도국장의 인사 조치,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대표단에 따르면 청와대 측은 "보도국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청와대가 언론사에 대해 사과해라 혹은 인사조치하라는 명령을 할 순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다만 충분히 가족들의 생각을 공감하며 KBS 측에 의사를 전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단 측은 KBS 사장의 면담 신청이 오더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도 국장의 해임이 없으면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표단은 또 "청와대 측이 박 대통령의 면담에 대해선 보고한 후 가능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대표들은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사고에 대한 정확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그동안 가족들이 직접 목격한 구조작업의 문제들을 설명할 계획이다.
대표단은 "가족들이 대통령에게 항의하자고 면담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그동안 느꼈던 구조작업 상의 문제들을 진솔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들이 직접 목격한 구조작업 상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두 정무수석에게 이야기하자 '모르던 사실을 많이 들었다'는 반응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시곤 KBS 보도국장은 몇몇 KBS 기자들 앞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BS 측은 9일 홈페이지를 통해 "당시 발언은 한 달에 교통사고로만 500명이 사망하는 문제에 그동안 둔감했는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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