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8강을 노리는 축구대표팀에는 숨은 일꾼이 있다. 선수들의 먹거리와, 장비, 훈련장 환경을 비롯해 부상을 관리하고 상대 팀 전력을 분석하는 5인방이다. 태극전사 23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들의 시선은 일찌감치 브라질을 향해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파주NFC(국가대표 축구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대표팀 지원스태프 미디어 데이 행사를 열었다. 선수들의 음식을 준비할 김형채 조리장(41)과 유니폼 등 각종 훈련 용품을 지원하는 차윤석 장비담당관(35), 잔디 상태를 점검하는 신동수(42) NFC 관리팀장, 의료를 총괄할 황인우(41) 의무팀장, 전력 분석용 영상을 책임질 채봉주(34) 비디오 분석관이 주인공이다.
경력 18년의 베테랑 의무 담당인 황인우 팀장은 2006 독일월드컵을 시작으로 월드컵에 세 번째 동행한다. 웬만한 부상도 그의 손을 거치면 사라진다는 믿음이 있어 '대표팀의 마법사'로 불린다. 2012 런던올림픽 영국과의 8강전에서 어깨를 다친 정성룡(29·수원)을 빠르게 회복시켜 일본과의 3,4위전에 출전시키기도 했다. 그는 "부상당한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하다"며 "꾸준한 대화를 통해 안정감을 높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라고 했다.
2006년부터 대표팀의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김형채 조리장은 이번이 두 번째 월드컵이다. 그는 한식이 주종이지만 양식과 일식까지 조리가 가능하다. 맛과 영양을 모두 만족시키는 음식으로 선수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런던올림픽 때는 지친 선수들을 위해 열무비빔밥을 제공해 사기를 끌어올렸다. 그는 "선수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고 감사의 인사를 건넬 때 보람을 느낀다"며 "이번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꼼꼼하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차윤석 장비담당관은 선수들의 유니폼과 훈련 장비를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준비하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대학교 4학년 때인 2004년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주 업무가 됐다. 처음 소집된 선수라도 3-4일만 생활하면 특성을 파악할 정도로 꼼꼼하다. 그는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챙겨야해 다소 힘들다"면서도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고생한 대가를 얻는 기분"이라고 했다.
채봉주 비디오 분석관은 대표팀에서 '밤의 황제'로 불린다. 타국 정보는 물론 선수 개개인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편집해 전술 자료로 만드는 것이 그의 주 업무. 대개 밤늦게까지 작업이 계속돼 붙은 별명이다. 월드컵과 같은 주요 대회 때는 평균 수면 시간이 2-3시간에 불과하다. 2011년부터 협회에서 일을 시작해 첫 월드컵에 나선다. 자신이 만든 영상을 보고 선수들이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신동수 관리팀장은 월드컵이 열릴 현지 그라운드와 가장 비슷한 조건을 유지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골프장 관리부터 시작해 18년 동안 잔디를 연구한 전문가다. 특출한 재능으로 2002년 협회에 스카우트 됐다. 그는 "현재 대표팀 선수들의 대부분을 청소년 시절부터 지켜봤다"며 "선수들이 편하게 훈련할 수 있도록 최상의 환경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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