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남북 관계 경색상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의 대북 경고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4차 핵실험 가능성이 여전하다. 북한의 대남기구는 박근혜 대통령을 막말로 비난하고 우리정부도 맞대응을 하면서 ‘대화’의 가능성은 시계제로 상태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관계의 위험시기가 4월 말로 끝나고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해왔는데 빗나가는 것 같다”면서 “현재 남북관계를 예측해봐야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우선 지난 2월 고위급 접촉에서 추가 접촉을 갖기로 합의한데다 김일성 생일(15일), 인민군 창건일(25일) 등 북한 내부의 4월 정치 일정이 끝나고 한미 군사연습이 종료되며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이 끝나는 시점에는 남북이 대화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해왔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난해에도 5월부터 대화 공세로 돌아서 이런 관측에 정부는 기대를 걸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정부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을 빌미로 모든 대화의 문을 닫았다.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한 접촉이나 북한 구제역 퇴치를 위한 실무접촉에 대해서도 답을 하지 않았다. 핵실험 협박카드를 꺼내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7일 한미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던진 데 대해 “누구이든 우리의 존엄과 체제, 병진노선에 감히 도전하는 자들을 절대로 용납치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성명은 특히 박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을 ‘철부지 계집애’, ‘구정물같은 망발’, ‘사대매국노’ 등 입에 담지 못할 저속한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위로 남한을 비난했다.
이에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간 비방·중상하지 않기로 하는 기존 합의 있었는데 북한이 올해 초 제 안해 2월에 비방·중상 중단에 합의한 이후 우리 당국은 충실히 지켜왔다”면서 “북한이 이를 먼저 깬 것도 모자라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막말 계속하는 것은 패륜 것 자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남북 경색관계 장기화로 개성공단 내 외국기업 유치, 개성공단 내 인터넷 사용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 방안도 묻히는 형국이다. 정부는 지난 22일 개성공단 사무처를 통해 북한에 시범가동중인 전자출입체계(RFID)의 공식가동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접촉을 제의했으나 북한은 “추후 일정을 알려주겠다”는 답변만 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29일에 다시 접촉을 제의하기로 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인터넷 설비 구축을 위한 실무협의 요구에 대해서도 북한측 역시 같은 답만 했을 뿐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최근 극동문제연구소의 현안진단보고서에서 정부에서 북핵을 수수방관하지 말고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그렇지만 정부는 냉담하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 간 대립상태가 에스컬레이션(고조)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화제의를 해봐야 무의미하다”고까지 말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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