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보험협회 "지금껏 별 사고도 없었는데…"
"예산낭비·자리 더 만들기 위한 수단" 반발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신용정보 집중기관을 별도의 공공기관으로 설립하려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움직임에 은행연합회, 생ㆍ손보협회 등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고 없이 운영을 잘 해오고 있는데다 공공기관이 해킹 등 금융보안상 더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음에도 무리하게 추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불필요한 예산 낭비, 낙하산 자리를 하나 더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날선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금융사 신용정보를 종합 관리하는 공공기관 설립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정무위 업무보고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밝히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금융위와 국회는 민간성격을 띠는 금융권 각 협회가 금융기관 신용정보를 관리ㆍ활용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연합회 등 신용정보 집중기관으로 모인 개인 신용정보가 신용평가사를 거쳐 대부업체나 카드사 등으로 무분별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각 협회를 비롯한 금융업계는 공공기관 설립이 개인정보 유출 방지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정보보안과 정보의 활용은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기관을 설립한다고 해킹에서 안전해진다는 보장은 없다"며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급조된 방안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1982년 신용정보법이 만들어진 이후 20여년 간 신용정보 집중기관으로 업무를 해오면서 단 한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었다"며 "필요한 정보만을 집중하고 있고 내부 신용정보 관리규약에 따라 정보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 역시 "협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일 뿐 아니라 지금껏 문제가 된 적도 없었다"며 "민간성격의 협회가 개인 신용정보를 집중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보는 시각자체에 섭섭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해외에서도 공공기관이 신용정보를 독점하는 사례는 없다. 신용정보 관련기관은 민간회사인 CB(Credit Bureau)와 공공기관인 PCR(Public Credit Registry)로 구분된다. 미국은 CB, 일본은 CB와 PCR의 혼합형태를 띤다. 유럽의 경우 PCR이 주를 이루지만 PCR에서는 정책결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한 수집하고 나머지 신용정보는 별도의 민간CB에서 수집ㆍ관리토록 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퇴직 후 내려갈 자리를 하나 더 만드는 것 밖에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위, 금감원 인사들이 퇴직하면 갈 자리가 될게 뻔하다"며 "내부 인사적체 시 사람을 돌릴 인공위성 하나 더 만들어주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 권력기관을 하나 더 만들기 보다는 내부 직원들의 재무 상태를 점검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협회에 공공성격을 부여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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