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김민진 기자
롯데그룹이 7일 롯데홈쇼핑 납품업체 비리 사건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회장님의 격노(激怒)' 사실을 알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불거진 롯데홈쇼핑 전ㆍ현직 임직원들의 비리와 관련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격노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신 회장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논평까지 덧붙였다.
물론 그룹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거나 사과한다거나 하는 언급은 단 한줄도 없었다.
롯데쇼핑 대주주인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롯데제과의 등기임원으로 지난해 이들 3개 회사에서만 44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롯데홈쇼핑은 롯데쇼핑의 종속회사이고, 신 회장은 롯데쇼핑의 사내이사다.
2007년 1월 롯데쇼핑은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인 우리홈쇼핑을 인수했다. 홈쇼핑은 아무나 뛰어들 수 없는 사전승인제(허가제) 사업으로 독점이 보장되는 구조다. 이런 까닭에 공공재적 성격을 띄고 있고,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방송비율도 높다.
이번 롯데홈쇼핑 납품업체 비리 사건은 넓게 보면 법으로 경쟁 사업자를 제한하는 독점적 시장 구조를 악용한 사례다.
이번 일을 롯데가 더욱 뼈아프게 느껴야하는 것은 이번 사건에 그룹 감사 출신인 이모 롯데홈쇼핑 상무가 얽혀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검찰에 구속된 이 상무는 2008년 롯데홈쇼핑으로 계열사 전보되기 전까지 그룹의 핵심인 정책본부 개선실(감사실)에 근무했다. 정책본부 개선실은 그룹 전 계열사에 대한 비리 감사업무와 업무 시스템 개선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다.
수년 간 그룹 전 계열사에 대한 감사 업무를 맡다가 능력을 인정받아 임원으로 승진한 자가 계열사로 가자마자 비리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까닭이자 만인의 웃음거리가 되는 이유다.
어쨌든 롯데는 선긋기에 나섰다. 롯데는 "신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며 정책본부 개선실이 롯데홈쇼핑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알렸다.
롯데는 이참에 내부 감사시스템을 손보고, 계열사 전체에 대한 비리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재계 서열 5위 위상에 걸맞는 기업으로 태어나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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