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발효로 가격 낮아지며 수요 상승…치아 약한 노년층의 인기가 가장 큰 원인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수입산 과일인 바나나가 대한민국 대표 과일로 등극했다. 1990년대만 해도 수입 물량이 적고 가격이 비싸 고급 과일로 통했던 바나나는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으로 가격이 낮아지면서 수요 또한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과육이 연한 바나나의 특성상 아이는 물론 노년층에까지 모든 연령대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내 바나나 수입량은 2000년 18만t에서 2012년 31만t으로 72.%가량 늘었다.
롯데마트가 지난 5년간 과일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09년과 2010년 3위에 머무르던 바나나는 2011년 이후 줄곧 매출 1위를 차지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먹기 편한 데다 과육이 연해 소화가 잘 되는 바나나가 아이들은 물론 노년층까지 즐기는 국민 과일로 주목받은 것으로 마트 측은 분석했다.
국내 55세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선 2010년에는 바나나 수입량이 전년 대비 31.2% 증가, 가장 큰 폭의 신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기존 인기 과일이었던 감귤과 수박은 3년 사이 2~3위로 하락했고, 사과와 딸기는 4~5위에 머물렀다.
이처럼 바나나 수요가 높아지는 것을 감안해 롯데마트는 품종 개량과 재배 개선 등을 통해 당도를 한층 높인 바나나를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당도 바나나인 '스위티오 바나나'는 바나나 주요 산지인 필리핀 해발 700m 고산지대의 풍부한 일조량과 일교차가 큰 기후 조건을 활용해 품종을 개량한 상품이다. 당도가 일반 바나나(18~20Brix)보다 30%가량 높은 22~23Brix에 달한다.
이성융 롯데마트 과일 상품기획자(MD)는 "바나나는 칼륨, 미네랄이 풍부해 뇌졸중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며 "자극이 덜한 단맛으로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건강도 함께 챙기려는 웰빙 소비 성향이 짙어지며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에서도 바나나는 2010년 이후 줄곧 과일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3일부터는 영등포ㆍ강서ㆍ부천상동점 등 20여개 점포에서 아프리카산 바나나를 판매한다.
남성민 과일팀 바이어는 "다양한 직소싱 채널을 통해 가격을 낮춰 상품을 공급한 결과 바나나 매출이 수년 사이 급증했다"며 "올해는 필리핀 자연재해 등으로 공급량이 부족해 대체산지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바나나는 사막 기후로 인해 밤과 낮의 기온차가 커서 일반 바나나보다 식감이 뛰어나고 당도가 높다고 마트 측은 설명했다. 가격은 기존에 판매되던 동남아산 바나나보다 20~30%가량 싼, 송이 당 4000원이다.
이마트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필리핀산 바나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가량 신장했다. 지난해는 바나나 가격 상승으로 매출이 -10% 신장률을 기록했으나 소비가 점차 회복되는 추세다.
이마트 관계자는 "수입산 대표 과일인 오렌지 가격이 급등하며 대체제로 바나나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최근엔 바나나 원물의 맛을 그대로 살린 바나나 칩과 우유 등의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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