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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 대부' 전명규의 침묵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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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김흥순 기자 8일 동안의 취재 기록

'빙상 대부' 전명규의 침묵 <하> 전명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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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규(51) 교수는 기자와의 대화가 인터뷰처럼 비쳐질까봐 조심스러워했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힘들다고 했다. 그는 "좋은 일로 얼굴이 알려져도 불편한데 요즘은 어디를 가더라도 마음이 편치 않다"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얘기와 비난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연구실을 나서는 것도 주로 인적이 드문 시간을 택했다.


취재가 끝난 지난 26일,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조직의 쇄신을 위한 '조식혁신 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현 집행부 모든 임원의 거취를 결정할 조직이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인물들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상위기관인 대한체육회 추천을 받는다. 이와 별도로 조직 운영과 선수 선발,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등의 혁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빙상발전위원회'도 만들었다.

전명규 교수가 임원진들과 연맹 행정을 이끌었고, 조직운영과 국가대표 선발에도 관여한 만큼 이번 쇄신 방안은 사실상 그를 둘러싼 논란에서 비롯됐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대표 팀의 성적 부진을 이유로 들었으나 그의 자진 사퇴는 그동안 불거진 문제를 인정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전 교수는 "연맹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논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이어 "지금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다. 나중에라도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거듭 양해를 구했다. 논쟁에서 비켜 서 있고 싶을지 모르지만 빙상계와 전 교수는 여전히 뗄 수 없는 관계다. 시간이 흐르면 소란은 잦아들겠지만 그가 침묵하는 한 의혹은 계속 고개를 들것이다.

전 교수는 한국 빙상의 모든 문제를 야기한 인물로 낙인 찍혔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낙인을 지우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전명규 교수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그의 진심을 믿고자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윈터 스포츠 전문 웹진 '하키뉴스 코리아'의 편집인 겸 발행인인 성백유 대표(53) 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성 대표는 1998년 나가노, 2006년 토리노 등 동계올림픽과 여러 세계선수권대회를 두루 취재한 동계종목 전문기자다. 그는 전명규 교수가 사퇴한 지난 17일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현재의 상황을 개탄하는 글을 남겼다.


성 대표는 전 교수에 대해 "한국 빙상계에서 학부형의 촌지를 없앤 지도자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따낸 메달은 모두 빙상종목에서 나왔으며 피겨 외에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선수가 없다"고 했다. 성 대표는 '사실을 모르는 네티즌과 인터넷 뉴스 팀'이 진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SNS 공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온 성 대표의 글 전문(全文)이다.



"오늘 빙상연맹은 전명규를 칼로 베었다. 평창올림픽이 4년 남았는데…. 임진왜란 때 이순신을 옥에 가둔 꼴이라고 해야 할까. 전명규는 한국 빙상계에서 학부형의 촌지를 없앤 지도자다. 그 누구보다도 깨끗하게 지도자 생활을 했고 실력 있는 제자를 키우기 위해 열정을 불태운 인물이다. 그런데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됐다. 그동안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따낸 메달 중 빙상종목이 아닌 것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모두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국가대표 감독, 코치로 따낸 쇼트트랙 메달의 수는 말할 것도 없다. 스피드의 이강석,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거기에 팀 추월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선수가 없다. 최근 빙상연맹 사태는 제2의 촛불사태다. 김재열 회장 취임 이후 협회에서 배제된 몇몇 빙상인이 소치올림픽 개막 직전 연맹 흔들기에 바람이 시작됐다. 안현수가 쇼트트랙에서 메달을 따자 이번에는 안현수 아버지가 나섰다.


마치 자신이 희생양이 된 듯, 자기 아들의 오늘이 있도록 해준 전명규에게 돌을 던졌다. 사실을 모르는 네티즌들과 인터넷뉴스 팀은 과거 기사를 꺼내 오늘에 재단을 했다. 한체대-비한체대, 짬짜미, 폭행 등등. 소치 현장의 기자들은 쓰지도 않는 기사를 서울에 앉아 있는 기자들이 긁어댔다. 클릭수를 올리기 위해 퍼 나른 기사들. 참 가관이었다. 안현수가 대회를 마친 뒤 자신의 귀화는 파벌과 관계없다고 했지만 대통령의 한 마디에 정치인, 공무원이 나섰다. 그리고는 이 꼴이 났다.


죄 없는 체육국장 모가지가 달아나니 그 어느 누구도 바른소리를 하지 못했다. 진짜 죄인은 따로 있다. 빙상연맹 곁에서 각종 이권개입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철저히 숨어있다. 아이스하키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캐나다 출신 선수를 귀화시킨 것은 무엇인가? 라던스키도 캐나다 파벌 때문에 한국인이 됐나?


이번에 러시아에 귀화한 다른 선수들은 또 무슨 사연인가. 중국 탁구선수들이 한국으로 귀화한 것도 중국 파벌 때문이라고 할건가? 스포츠 하나만으로도 나라 꼴이 우습다. 전명규가 길러낸 빙상 스타들에게 묻는다. 전이경, 김동성, 채지훈, 이상화, 모태범, 이강석, 이승훈, 안현수. 너희들이 대답을 해라. 전명규가 죄인이냐?


너희들이 침묵한다면 한국빙상의 미래는 없다. 과연 누가 죄인이고 도둑놈인지 너희들 입으로 진실을 밝혀라. 2018 평창에서 한국 빙상은 없다."


성 대표의 주장이 어떻든, 누가 어떻게 말하든 전명규 교수는 앞으로도 침묵을 지킬 것 같다.



'빙상 대부' 전명규의 침묵 <상>
'빙상 대부' 전명규의 침묵 <중>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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