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종합지수 부진 속 1년새 70% 상승···상장기업도 379개로 늘어
[상하이=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중국 금융중심지인 상하이 푸둥 루쟈주이 지역. 중국을 대표하는 금융사들의 간판이 내걸린 고층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증권사 간판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중국 증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001년 6월14일 2245.55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의 지나친 투기 열기와 각종 제도적 문제점이 터져나오며 5년이라는 긴 베어마켓(약세장) 상태에 진입했다. 이후 2005년 5월 중국 정부의 비유통주의 유통화 개혁에 힘입어 베어마켓을 탈출했고, 2006년에는 본격적으로 불마켓(강세장)에 들어섰다. 이후 2007년까지 파죽지세로 달렸다. 2007년 2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장중 3000선을 넘어섰다. 석달 뒤인 5월에는 4000포인트 시대를 열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07년 10월16일 6124포인트를 찍었다. 역사적 고점이다. 이후 2008년 리먼 사태를 맞으면서 폭락해 1년 만에 1900선까지 급전직하했다. 그리고 다시 장기간 베어마켓 상태에 빠졌다. 지난 25일 상하이종합지수는 2066.28에 마감했다. 지난 6년간 상하이종합지수는 2000선 근처에서 움직이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증시가 이처럼 장기간 부진의 늪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공급 물량이 많은 데 반해 수요가 이를 못 쫓아가고 있는 것이다. 김부용 현대증권 상하이 사무소장은 “현재 중국 상장기업 수는 2400개 정도로 중국 경제 수준을 감안하면 5000~1만개는 되어야 한다”면서 “이는 향후 공급 물량이 많다는 의미인데 그에 반해 수요를 일으킬만한 요소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은 그동안 중단시켰던 기업공개(IPO)를 재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대기하고 있던 700개 기업들이 증시로 쏟아져 들어올 예정이다. 향후에도 상장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시장 개방이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자본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
중국 증시는 내국인 전용 A주와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B주로 나뉜다. 중국 증시의 중심인 A주에는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외국인 기관투자자만 투자가 가능하다. 중국이 금융시장을 개방하게 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A주에 유입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 자연스레 증시의 수급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출범한 상하이자유무역구는 바로 이 같은 자본시장 개방의 시작이다. 김 소장은 “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자본시장 개방을 위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자유무역구 안에서 자본의 흐름 등을 관찰한 후 시장 개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증시가 다 부진한 것은 아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판 나스닥인 촹예반(ChiNext·創業版)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촹예반은 지난해 3월1일 863.5포인트에서 이달 3일에는 1465.14로 껑충 뛰었다. 2009년 10월 말 출범한 촹예반은 신에너지, 신소재, 생명과학, 에너지절약, 환경보호, 전자정보, 서비스 업종이 중심이다. 출범 당시 28개였던 상장기업 수는 1년 만에 134개로 늘었고 현재 379개에 이른다. 이석원 우상투자자문 대표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로 구성된 촹예반은 1년 만에 70% 가까이 상승했다”면서 “중국 투자자들도 이제 향후 성장성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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