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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제' 유명무실…공기업·금융사 말곤 외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5초

시총상위 50곳중 14곳만 시행
소액주주 권리보호 무색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지만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집중투표제는 여전히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를 도입한 상장사가 적고, 그나마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 이사 선임 시 주주에게 이사 후보 수와 같은 수의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이를 활용하면 소액주주가 힘을 모아 원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1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14곳만 집중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공기업과 금융권이 대부분이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과 포스코, KT&G, KT 등 공기업이었던 상장사가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기업은행 등이 시행 중이다.


집중투표제가 사문화하는 까닭은 기업들이 정관에 집중투표 배제조항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722개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외국법인 5개사 제외) 중 92.1%인 665개사가 정관에 집중투표 배제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소액주주가 합심해 직접 권리를 청구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집중투표제를 정관에 삽입하려면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상정되고 의결되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최근 주주총회가 개최되고 있지만 집중투표제에 대해 논의하는 기업은 지금까지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제도를 도입해도 실질적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곳도 드물다. 법무부는 지난해 7월 일정기준의 상장회사가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배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이를 적용해도 반드시 집중투표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집중투표제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사 후보의 수 문제다. 가령 3명의 이사를 선출하는데 후보가 3명뿐이라면 집중투표제를 시행하더라도 소액주주가 원하는 후보를 이사진에 선출할 수 없다.


송 연구위원은 매년 이사를 재신임하지 않고 임기가 만료돼야 선출하는 시차임기제 탓에 이사 후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 같은 곳은 이사를 매년 재신임하고 있다"며 "소액주주의 관심과 시차임기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준용 기자 junef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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