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소액주주권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집중투표제가 도입된지 13년이 지났지만 대기업들의 외면으로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3일 시가총액 기준 100대 기업(금융ㆍ공기업 제외) 가운데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회사는 4곳뿐이다.
이들 중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POSCO, KT, KT&G를 빼면 순수 민간기업은 SK텔레콤뿐이며, SK텔레콤도 실제 집중투표제를 시행해본적은 한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재벌 대기업들은 집중투표제가 1999년 6월 시행된이후 채택 조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신한지주, 우리금융, KB금융, 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는 정관에 별도의 배제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며, 상당수 은행과 공기업은 집중투표제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 투표에 의해 기업의 이사를 선출하는 제도로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선임하면 주당 3개의 의결권을 부여한다.
이때 소액주주는 자신의 표를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어, 경영진을 감시해야 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소액주주의 권리가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상법상 기업이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는 관련 조항을 만들면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대기업들은 총수의 의결권 행사와 이사회 장악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이 제도를 외면하고 있다.
이에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 상법을 개정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경제 민주화를 위해 집중투표제와 함께 서면투표제, 전자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등장하고 있다.
현재 100대 기업 중 서면투표제를 채택한 회사는 9곳에 불과하다. POSCO, KT, 현대글로비스, 한국타이어, 두산중공업, 한화케미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 한화 등이며, POSCO와 KT는 집중투표제와 서면투표제를 모두 채택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