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서 뺄 수 있다' 조항 악용..코스피 4.8% 채택 그쳐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소액주주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도입한 집중투표제가 상장사들의 외면으로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채택하고 있는 상장사는 유가증권상장사 34곳(4.79%), 코스닥상장사 27곳(3.03%)에 그쳤다.
집중투표제는 1998년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전격 도입됐다.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단순투표제와 달리 선임되는 이사진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자신이 원하는 이사후보에 의결권을 몰아 선임함으로써 기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다.
이같은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집중투표제 도입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유가증권 상장사의 경우 2008년 52개사(7.59%)에서 2009년 45개사(6.37%), 2010년 40개사(5.80%), 2011년 38개사(5.69%), 2012년 34개사(4.79%)로 떨어졌다.
코스닥 상장사도 2008년 91개사(8.95%)에서 2009년 47개사(4.55%), 2010년 34개사(3.56%), 2011년 31개사(3.66%)로 우햐향곡선을 그렸다.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십분 활용해 이 제도에서 속속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에도 유가증권 상장사 코스모화학이 집중투표 배제조항을 주총 안건으로 채택했고, 코오롱머티리얼도 오는 1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 배제조항 통과를 시도할 예정이다.
코스모화학 관계자는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배제조항을 넣는 건 아니다”면서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어 우리도 따라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코오롱머티리얼 측은 “집중투표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배제조항을 넣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중투표제의 경우 유사시 소액주주에게 필요한 제도라고 입을 모은다. 방문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과반수 결의제가 합리적이라는 전제하에 집중투표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같은 제도”라면서 “다수의 전횡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경우 소액주주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장사가 시행하고 있지 않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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