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보수 논객의 트위터 글을 조직적으로 퍼나르고 보수 성향 언론사 간부에게 특정 내용의 칼럼을 실어달라고 청탁한 정황이 법정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10일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씨는 이 같은 내용을 진술했다. 이씨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소속으로 국정원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을 추적한 검찰 수사관이다.
이씨는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이메일에 저장된 ‘자신에게 보낸 메일’ 파일에서 보수논객들의 트위터 계정을 다수 적어둔 목록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읾나 우파’라는 제목으로 정리된 파일에는 ‘십알단’ 운영자로 알려진 윤정훈 목사도 포함됐다.
이씨는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듯 수십개의 국정원 계정이 십알단을 표방해 활동했다”며 “국정원 직원은 검찰 조사에서 닉네임에 십알단이라고 명시된 계정을 자신이 사용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증언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들은 트위터 활동에 필요한 자료들을 자신의 이메일에 보내놓고 저장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해왔다. 이씨는 이에 대해 “이메일에 저장해두면 외부에 있어도 어느 곳에서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한 방식일 것”이라며 “심리전단 직원들은 오전에는 국정원 내부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거주지 근처에서 일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한 국정원 직원은 일반인을 조력자로 활용하며 특정 언론사 국장에게 ‘부탁드립니다’란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원하는 내용의 칼럼을 실어달라고 청탁하거나, 일반인 조력자에 보수성향 언론사 간부들에게 선물을 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압수된 국정원 직원들의 이메일과 통화내역을 분석해보면 보수 인사들과 (계속해서) 교류한 사실이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판에선 이씨를 비롯한 검찰 수사관 9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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