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선거관여 의혹 사건에서 검찰이 제시한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활동내역은 합법적 절차를 거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검찰이 지난해 10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사실에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활동을 추가하면서 재판부가 이에 대한 심리도 댓글사건과 함께 진행하기로 한 이후 공판을 거듭할수록 검찰과 변호인 간 '증거능력'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졌다. 공판 중간에 준비기일을 열어 진행할 정도로 양측의 입장은 첨예했고 그 간극은 몇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3일 열린 원 전 원장에 대한 23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증거능력에 대해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결론을 냈지만 최종적으로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받아본 뒤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지루하게 이어져온 공방을 조만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심리에 나서겠다고 한 만큼 트위터 글의 증거능력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로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국정원 직원들이 직·간접적으로 게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글 5만5689건 관련 혐의를 추가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면서 원 전 원장 혐의 입증 작업에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이후 검찰은 트위터 게시물이 121만여건에 달한다며 한 차례 더 공소장 변경 신청을 했다. 하지만 변호인들이 트위터 계정 특정을 문제 삼고 재판부가 혐의 입증 책임을 강조하고 나서자 검찰은 글 숫자를 78만여건으로 줄여 법원에 제출했다.
트위터 계정을 특정하는 과정에서도 난항을 겪었던 검찰은 그것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증거능력과 관련한 입증 책임에 막중한 부담감을 떠안게 됐다.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유·무죄 판단과 관련한 심리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달 중순까지 재판부에 절차적으로 증거가 적법하게 수집됐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검찰이 민간 빅데이터 수집업체에서 확보한 트위터 기록이 적법한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증거를 확보하고 국정원 직원들을 적법하게 체포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면 재판부가 이를 토대로 최종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변호인들은 빅데이터 업체로부터 수집한 정보가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해 위법이며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도 국정원장에 사전통지를 하지 않아 적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오는 10일부터 두세 차례 기일을 잡아 검찰 수사관들에 대한 신문과 체포됐던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10일엔 증거 확보에 관여한 검찰 수사관 9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17~18일엔 체포됐던 국정원 직원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재판부는 "신문절차에 들어가고 검찰, 변호인 양측의 입장을 받아보면 다다음기일 쯤엔 재판부로서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 전 원장의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는 지난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이례적으로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2명이 모두 이동하지 않았다. 형사합의부 배석판사는 업무강도 등의 이유로 1년만 맡던 관행이 깨진 것은 사건의 중요도를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 재판부가 국정원 사건을 계속 심리해 판결 선고까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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