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發 금융혼란으로 안전성 부각…"'팔자' 열풍 과도했다"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연초 '팔자 열풍'으로 외환위기 우려에 휩싸였던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이 달라졌다.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를 뒤흔든 우크라이나발 악재에도 동남아 경제가 선전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후폭풍으로 출렁였던 동남아 주식시장은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베트남과 필리핀 증시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각각 13%, 9.6%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11% 급락한 인도네시아 증시도 같은 기간 9% 뛰었다. 정국혼란이 확대된 태국 역시 4%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런 상승세는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미국·유럽 증시를 앞지르는 것이다. 미 증시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2.3% 오르는 데 그쳤다. 영국·프랑스·독일도 2~3%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동남아를 떠났던 해외 투자금도 빠르게 복귀하고 있다. 펀드분석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세가 유입세로 전환됐다. 지난해 미 달러화 대비 21% 폭락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올해 들어 5% 올랐다. 세계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이런 반전은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흥국 팔자세가 과도했다는 분위기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발 악재가 오히려 동남아의 안정성을 부각시킨 덕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해 동남아 증시가 크게 하락한 것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았다. 실제로 태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해 16.5배에서 올해 13.7배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PER는 18.9배, 16.3배까지 내려갔다.
투자자들은 동남아의 경제체질 개선 노력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최근 인도네시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재정적자가 낮은 수준으로 억제된 점, 10년 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규모가 축소된 점을 의미 있는 변화로 꼽았다.
미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의 데니스 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동남아 시장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테이퍼링에 따른 팔자세가 과장됐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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