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회의 의사록 공개와 관련해 이미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ECB가 의사록 시험판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며 향후 몇개월간 다양한 형태의 의사록 포맷을 시험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ECB 관계자를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록은 통화정책회의에서 어떤 문제들이 논의됐는지 요약해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정책 위원들의 이름은 의사록에 표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름을 표시하지 않는 것은 통화정책 위원들의 독립성을 지켜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동안 의사록 공개와 관련해 통화정책 위원의 이름이 확인되면 위원들이 좀더 자국 이익에 기우는 정책 결정을 할 수 있고 이는 매우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취임 이후 ECB의 소통 강화를 주장해왔으며 방안의 일환으로 의사록 공개를 검토해왔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유럽 의회에 출석해 집행이사회가 통화정책 운영위원회에 의사록 초안을 제출했으며 운영위원회가 의사록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다양한 측면을 살펴야만 하기 때문에 복잡한 논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ECB가 좀더 풍성하고 유용한 정보를 줘야 하고 투명해져야 하지만 동시에 운영위원회 위원들의 독립성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CB는 그동안 다른 중앙은행들에 비해 통화정책회의 내용을 공개하는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부분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회의가 끝난 후 몇 주가 지난 후 의사록을 공개해 어떤 논의들이 있었고 향후 통화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우 통화정책회의가 끝난 직후 짧은 성명서를 공개하고 3주가 지난 후에는 의사록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ECB의 경우 통화정책회의 후 총재의 기자회견으로 갈음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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