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이 금융당국에 신고한 도쿄지점의 부당 의심대출 중 상당수가 부동산 관련 대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에 브로커와 현지 진출 은행들이 담합을 했다는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B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불법 대출 사건 이후 각 은행이 자체 감사를 한 결과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도쿄지점에서도 부실 대출 정황이 발견돼 검사를 진행중이다. 두 은행이 내부감사에서 발견한 미심쩍은 대출 규모는 우리은행이 610억원, IBK기업은행이 130억원대이었다. 이 중 상당수가 부동산 관련 대출로 차주는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민을 간 소위 뉴커머(New comer)였고 일본 현지인을 소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은행이 신고한 대출 형태는 상당수가 뉴커머이고 부동산 관련 대출로 알고 있다"며 "1인당 대출한도 초과 또는 지점장 전결금액 위반 등의 내용을 적발해 금감원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대출이 상당수 부동산과 관련된 것은 일본에서 부동산 거래과정에 대출브로커가 개입하는 관행에 기인한다. 일본 금융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A씨는 "뉴커머들의 경우 신용도가 낮아 일본 현지 은행보다는 다소 금리가 높더라도 한국에서 진출한 은행들과 거래를 선호한다"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매입시 브로커를 끼고 대출을 받기 때문에 브로커와 은행 지점 직원들간에 리베이트라는 검은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진출 우리나라 은행들은 사실상 현지에서 제2금융권으로 간주되고 있어 일본 시중은행과는 달리 리베이트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90년대까지 일본의 시중은행에선 대출을 해주고, 대출금의 1∼3%를 리베이트로 받는 관행이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 대부분 사라졌지만 제2금융권에는 아직까지도 수수료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받는 곳이 남아있다.
한편 우리ㆍ기업은행 도쿄지점의 검사 결과 불법대출로 확인될 경우 국내은행들의 해외지점 전반에 걸쳐 검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ㆍ기업은행)불법이 드러날 경우 은행들의 다른 해외지점에 대해서도 검사를 해봐야하지 않겠냐"며 검사의 확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11개 은행은 미국ㆍ일본ㆍ중국 등 총 33개국에서 148개 해외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국(17개)ㆍ베트남(16개)ㆍ홍콩(12개)ㆍ일본(10개) 등 아시아지역의 비중이 컸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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