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아쉬움은 없다."
여왕은 위엄을 잃지 않았다. 16세의 샛별 율리아 리프니츠카야와 복병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를 내보낸 러시아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심판들의 채점표가 춤을 추었다. 김연아(24)가 받아든 성적은 심판들이 러시아 선수에게 준 만큼 후하지 않았다.
금메달을 딴 소트니코바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무려 149.95점을 받았다. 심판들은 콤비네이션 점프 세 개를 제외한 모든 요소에서 수행점수(GOE)를 1.0점 이상 주었다. 예술점수(PCS)도 74.41점이나 됐다. 합계 224.59점.
소트니코바는 12개의 수행과제에서 트리플 플립+더블 토룹+더블 룹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0.90점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1점 이상의 가산점을 챙겼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소트니코바가 얻은 가산점은 14.11점에 달한다.
반면 완벽한 연기를 한 김연아에게는 가산점이 적었다. 트리플 럿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에 1.60점을 줬을 뿐, 절반이 0점대 가산점이었다.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에서 받은 가산점은 12.2점에 불과했다. 소트니코바보다 1.91점이나 적었다.
리프니츠카야도 예상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술점수(TES) 66.28점과 예술점수(PCS) 70.06점에 1.00의 감점을 받았다. 135.34점, 쇼트프로그램(65.23점)과 합계 200.57점이었다.
한국 팬의 입장에서는 심판이 야속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이번 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테크니컬 패널에 알렉산더 라케르니크(러시아·컨트롤러), 바네사 구스메롤리(프랑스·스페셜리스트), 올가 바라노바(핀란드·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를 임명했다.
테크니컬 패널은 점프의 종류와 그에 따른 기초점, 에지(스케이트 날)의 사용, 다른 기술 과제의 레벨(1~4레벨 점수)을 결정한다. 스페셜리스트가 1차 판정을 한다. 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컨트롤러가 최종 결정을 한다. 어디로 보든 러시아 선수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전국지 USA투데이는 이번 대회 심판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의 풋내기를 훨씬 더 정제된 2명보다 우위에 올려놓은 심판 9명 가운데 1명은 부패 인사이며 1명은 러시아 피겨 연맹 회장의 아내"라고 비판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프리스케이팅 채점에 참가한 심판 중 우크라이나의 유리 발코프는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승부조작 의혹으로 1년간 자격이 정지됐다. 또 러시아의 알라 셰코브체바는 2011년 알렉산드르 고르쉬코프 러시아 피겨 연맹 회장과 결혼했다.
김연아는 엄청난 부담 속에 경기를 했다. 한번이라도 넘어졌다면 동메달도 어려웠을지 모른다. 역시 김연아는 특별했다. 연기는 완벽했고, 관중은 감동했다. 하지만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144.19점, 가산점은 12.2점에 불과했다.
외신도 의아하게 봤을까? 미국 NBC방송의 동계올림픽 공식 트위터는 21일(한국시간) "김연아 은메달, 소트니코바 금메달, 코스트너 동메달. 결과에 동의하십니까?"라는 물음을 남겼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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