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연 2.50%인 기준금리가 9개월째 동결됐다. 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했다.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종전 2.75%에서 2.50%로 낮춘 뒤 줄곧 같은 수준에 묶어왔다.
금통위의 결정은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시장에서는 최근 대외 경제여건이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 보다 동결에 힘을 싣고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25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9.2%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불확실한 대외 상황 역시 금리 조정 카드를 아껴 쓰게 만드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위기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만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달 기준금리를 0.25% 수준에 동결했다. 또한 한은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추가 실시 이후의 글로벌 금융상황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금리를 올려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인상 카드는 10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등의 문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안정적인 물가상승률로 인해 금리를 조정할 요인이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올라 1%대 이하의 상승률을 유지했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등으로 당분간 낮은 수준을 나타냈지만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금통위 회의 직후 밝힌 통화정책방향에서 금리 동결 이유로 해외 요인을 먼저 꼽았다. 한은은 "미국에서는 경기회복세가 지속됐고 유로지역에서도 경기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이어가는 등 앞으로 세계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변화와 일부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약화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국내경제는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경기 회복세를 지속했고 고용도 취업자 수가 50세 이상 연령층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한은은 "앞으로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일부 신흥경제권의 시장 불안 등 해외 위험요인의 전개 상황 및 영향에 유의하면서 성장세 회복이 지속되도록 지원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범위 내에서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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