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스페인 법원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중국 고위 지도자 5명에 내렸던 체포령이 하루만에 효력을 상실했다.
스페인 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의회는 자국 법원이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반인륜적 범죄를 재판하는 '보편적 재판관할권'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법률 개정안을 11일 통과시켰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스페인 법원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관할권은 피의자가 스페인인이거나 스페인 거주 외국인, 정부가 범죄인 인도를 거부한 외국인으로 제한된다. 또 기존 법률에 따라 진행 중인 사안은 모두 조사가 중단된다.
이에 따라 전날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리펑(李鵬) 전 총리 등 중국 지도자 5명에게 공식 발부된 체포 영장은 효력을 상실했다. 스페인은 이들 5명을 티베트에서 대량학살을 저지른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스페인은 작년 10월에도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 주석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반발하며 경제 제재 등 위협을 가하자 스페인 정부는 올해 1월 보편적 재판관할권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법률 개정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자 시민단체 등은 스페인 정부가 중국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집권당인 국민당(PP)의 알폰소 알론소 대변인은 "외교적 충돌만 낳는 불필요한 논쟁을 없애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법원은 앞서 칠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와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게도 체포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하지만, 반인륜적 범죄를 이유로 실제 스페인에서 재판이 이뤄진 사례는 거의 없으며 다른 나라들로부터 스페인이 국제경찰 행세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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