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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법, 그 위에 시행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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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법·관세법 개정안 등 행정부서 손질, 입법부 권한 침해 논란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국회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행정부에서 전면 손질돼 원안보다 후퇴한 시행령이 발표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국회는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한 '법 위의 시행령'이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정부부처들은 현실성 없는 과도한 규제가 많아 조정이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가맹사업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가맹사업법은 일명 '편의점법'으로 불리며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법안이다. 이 법은 편의점주의 강제 영업시간 강요와 폭리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조항들을 담았다. 하지만 국무회의는 수정된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시행령은 편의점 가맹점주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간대를 오전 1~6시로 정했다. 오전 1~7시로 돼 있던 지난해 10월의 입법예고안보다 1시간 줄인 것이다. 본사가 가맹점 모집 때 활용하는 '예상 매출액'도 과대 포장할 가능성이 늘어나게 됐다.


입법예고안에는 '예상 연간매출액' 최고액이 최저액의 1.3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었지만, 개정된 시행령에는 1.7배로 기준이 완화했다. 원안에 없던 조항들도 새로 신설됐다. 시행령은 점주에 대한 업체 쪽의 횡포를 규제하기 위한 기준이 되는 심야영업 시간대, 예상 매출액 범위, 허위ㆍ과장 정보제공행위 유형 등을 시행 3년 뒤 타당성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맹점주의 보호를 위한 핵심 조항들에 일몰 규정을 둬 3년 뒤에 수정할 수 있게 했다.

2012년 국회를 통과한 '관세법 개정안'의 경우 원안의 핵심 내용이 달라진 시행령이 발표돼 논란이 됐다. 재벌기업의 면세점 독식을 막기 위한 관세법 개정안 원안은 재벌 면세점을 '면적 기준'으로 규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관세법 시행령을 발표하며 면적 기준을 '특허수 기준'으로 변경했다. 이렇게 되면 재벌은 면세점 하나를 운영해도 규모는 규제 없이 키울 수 있다. 원안을 발의했던 의원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시행령이라며 법안을 재발의하기도 했다.


과거 영유아 보육비의 국가ㆍ지방자치단체 분담비율 갈등도 시행령이 불씨가 된 사건이다. 국고보조율을 20%포인트 올리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인 상황에서 기획재정부가 보조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고보조율을 10%포인트만 올리기로 해 야당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경우도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으로 보 설치와 준설 등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지 않도록 해 3년 만에 사업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부처는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면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령에 따라 시행령은 법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조정하기 때문에 입법부에 대한 권한 침해 지적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동원 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과장은 "편의점 심야영업 시간대가 시행령에서 축소된 것은 심야시간대라는 기준에 따라 조정한 것 뿐"이라며 "시행령은 법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현실에 맞게 수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에 무분별하게 발의되고 있는 규제 법안들도 시행령 논란의 단초가 됐다. 정부부처의 한 관게자는 "의원입법이 정부입법보다 발의가 간단하기 때문에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 법안이 남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과도한 경제민주화 법안이 시행령에서 조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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