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323% KT ENS, 모회사 덕에 신용은 '안정적' 평가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조은임 기자] KT ENS 직원 사기 대출 사건의 파장이 KT와 은행, 증권사의 책임공방으로 번지는 가운데 부채비율이 300%를 넘었던 KT ENS(전 KT네트웍스)의 신용등급이 'A'를 부여 받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평가된 KT네트웍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안정적)'를 기록했다. KT네트웍스는 KT ENS의 옛 이름이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KT의 100% 자회사로서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갖고 있고 계열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볼 때 해당 등급은 적절하다"며 "낮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수준의 매출규모로 내부 자금소요를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등급을 받은 지난해 1분기 KT네트웍스는 부채비율이 323.7%를 기록했다. 매출액도 2012년 1분기 717억원에서 62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A등급을 부여 받을 수 있었던 것은 KT라는 든든한 모회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한 채권 전문가는 "KT ENS 재무제표상으로는 모회사인 KT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그런 등급을 획득하기가 어렵다"며 "이런 식의 등급 책정은 사실상 관례화 돼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독자신용등급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독자신용등급이란 모회사나 계열회사 등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오로지 개별 회사의 독자적 재무, 사업능력만을 따져 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독자등급을 설정하면 많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평가될 것"이라며 "현재 대기업 계열사의 등급 인플레이션은 상당히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이 중요한 이유는 공시가 되는 까닭으로 다른 일반 신용평가사들보다 공신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국채 및 정부가 원리금 지급을 보증한 채권, 지방채,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을 제외한 모든 무보증회사채는 신용평가등급을 받아야 은행과 투신의 신탁재산에 편입될 수 있다. 회사채 신용등급의 경우 무보증회사채 발행과 거래시 투자판단 및 발행조건의 결정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도 제대로 된 현장실사를 하지 않은 책임에서 완벽히 벌어날 수는 없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은행마다 별도로 여신심사 규정을 두는 만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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