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투자등급 연간부도율 0.41%로 높아져···산업계 도미노 공포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투자등급 기업의 부도율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산업계 전반에 휘몰아친 불황의 결과이자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경제 위기의 조짐으로 분석된다.
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신평3사의 투자등급 연간부도율은 0.41%를 기록, 지난 2001년 0.52%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연간부도율은 연초 신평사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회사채 업체 중 1년 이내 부도를 일으킨 비율을 가리킨다. 신평사에 대한 평가 지표이자 산업계 불황 여부를 살필 수 있는 가늠좌 역할을 한다. 금융감독원은 매년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 등 3사의 신용평가 실적을 기초로 합산 연간부도율을 발표한다.
신용등급은 투자등급(BBB- 이상)과 투기등급(BB+ 이하)으로 나뉘는데 후자는 보통 '정크본드'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투자등급 부도율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우량하다고 평가를 받은 업체의 부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초 신평3사의 투자등급 업체 수는 총969개였고, 이 중 4개 업체서 부도가 발생했다. 웅진홀딩스(A급), 삼환기업(BBB급) 등이 대표 사례다. 이들 업체가 예상치 못한 부도를 맞이하며 개인 등 투자자들은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투기등급까지 포함한 전체 연간부도율도 1.33%로 지난해(1.01%)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체 부도율은 2008년 1.47%, 2009년 1.82%, 2010년 2.16% 등 매년 높아지다가 지난해 3년 만에 줄어 '경제위기를 벗어났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1년 만에 부도율이 올라가며 불안감이 재차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년간 연간부도율 추이를 살펴보면 줄어들던 부도율이 갑작스레 증가한 경우는 대부분 대규모 경제불황을 맞이하면서였다.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그랬다. 1995년 0.22%던 부도율은 이듬해 1.64%로 급증했고 1997년 우리나라는 IMF구제금융 사태를 겪었다. 올해 증가한 부도율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올해 4분기가 남아있는 만큼 부도율은 더 증가할 여지가 남아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웅진사태와 건설업체 부진 등 올해 전반적으로 상황이 안 좋았다"며 "전체 부도율 증가도 문제지만 투자등급에서 부도가 늘어난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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