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이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춘제(春節·설)를 맞아 일주일간의 황금연휴를 만끽하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계가 직원 이탈 문제를 놓고 유독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제조업 '허브'인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에서 의류공장을 운영하며 미국 브랜드 아베크롬비앤피치에 제품을 납품하는 크리스탈 그룹은 이번 설 연휴에 고향에 내려간 직원들을 돌아오게 하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마련 중이다.
크리스탈(Crystal) 그룹은 이번 설 연휴 기간 동안 고향에 내려갔다가 눌러 앉을 가능성이 큰 농민공(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9000장의 왕복 기차 표를 마련했다. 농민공들이 돌아오는 기차표를 사지 못해 제 때 출근하지 못하거나 복귀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데니스 웡 크리스탈 이사는 "이 모든 게 직원들을 오랫동안 근무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직원들의 임금을 8% 인상하는 조치도 취했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이글(Eagle)은 '설 연휴를 보내고 제 때 복귀하는 직원들에게'란 조건으로 100~1000위안(약 1만7000~17만9000원)의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사측 관계자는 "직원의 80~90%가 회사에 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라면서 "이 일대 공장들은 설 연휴를 보내고 나면 직원의 30% 이상이 이탈하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패션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국 기업 탈(TAL)은 직원들의 이탈이 시작되는 11월 중순부터 설 연휴 직전인 1월 24일까지 근무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금 8888위안을 주는 행운권 추첨 이벤트 까지 열었다.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은 중국의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으로 노동 인구가 줄어든 데다 정부가 내륙 소도시에 신규 일자리 창출을 장려하면서 많은 농민공들이 광둥성을 이탈하는 현상에 따른 것이다. 농민공 이탈 현상은 보통 춘제 연휴를 지나면서 최고조에 달해 제조업계의 각종 복리후생 지원책들은 설 연휴 전후에 집중되곤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일시적인 노력이 제조업 허브에서 농민공의 이탈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홍콩에 본부를 둔 노동단체 중국노공통신(中國勞工通訊·China Labour Bulletin)의 제프리 크로셀 대변인은 "제조업계에 종사하는 농민공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임금과 복리 지원들"이라면서 "광둥성 선전시의 경우 근로자 최저임금이 중국 전역에서 가장 높은 편이지만 월 1808위안(약 32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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