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싱가포르 등 대출 늘리며 해외 기업들 자금줄 부상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아시아 은행들의 해외 시장 공략이 활발하다.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포화상태에 이른 현지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무대로 진출 중인 아시아 은행이 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대형 구리 생산 업체 프리포트맥모란은 지난해 기업 인수합병(M&A) 자금으로 쓰기 위해 70억달러(약 7조5500억원)를 다수 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았다. 여기에는 미국·유럽 은행뿐 아니라 21개 아시아 은행도 대거 포함됐다. 중국·일본·대만·싱가포르·인도·인도네시아 등 은행의 국적도 다양하다.
지난해 미 통신기업 버라이즌에 120억달러나 빌려준 은행들 가운데도 중국농업은행 등 아시아 은행이 다수 포함됐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체 대출 시장에서 아시아(일본 제외)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말 11.6%에서 지난해 9월 12.8%로 증가했다.
아시아 은행들이 외국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은 투자처 다변화로 글로벌 은행이 되기 위해서다. 금융위기 이후 강화한 금융권 규제로 미국·유럽 은행들이 해외 사업 확장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아시아 은행 가운데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한 것은 여전히 일본 은행들이다. 그러나 중국·싱가포르 같은 다른 아시아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민간은행들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2008년 4·4분기 이후 5년 간 일본 은행들의 해외 대출은 34% 증가한 3조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 4대 은행의 해외 대출은 3780억달러까지 늘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은행도 덩달아 해외에 진출한 것이다.
싱가포르 소재 대형 은행 OCBC는 지난해에만 해외 대출이 22% 증가했다. OCBC의 전체 대출에서 해외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년 전 44%에서 지난해 50%로 늘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아시아 은행의 위상도 변하고 있다. 세계 은행 순위에서 2007년 17위를 차지했던 일본의 미쓰비시 UFG 금융 그룹의 순위는 지난해 7위로 껑충 뛰었다. 중국은행은 124위에서 29위로, 싱가포르 DBS는 61위에서 40위로 올랐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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