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장인서 기자] 국내 유통시장 질서를 혁명적으로 뒤바꾼 대형마트 3사의 성장주역들이 하나둘씩 무대 뒤로 퇴장하고 있다. 팽창 한계와 각종 규제 등이 얽힌 경영환경 변화와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홈플러스 설립부터 17년간 대표직을 맡아 홈플러스의 탄생과 성장을 이끌어왔던 '대형마트 1세대'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69)이 지난해 2선으로 후퇴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데 이어 이마트 고속성장의 주역으로 '대형마트 2세대'로 분류되는 허인철 이마트 영업총괄부문 대표(55)가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2011년 말 이마트 단독 대표로 취임한 허 사장은 지난해 10월 신세계그룹 인사에서 영업총괄부문 대표로 업무 영역이 축소된 데 이어 그룹 경영이사회에 참석해 사표를 제출했다.
구학서 신세계 회장이 이마트의 탄생과 성장의 산파 역할을 했다면 허 대표는 이마트의 고속성장을 주도했다. 2011년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사장)에서 이마트 대표로 자리를 옮긴 허 대표는 경리팀장, 관리담당 상무, 경영전략실장을 역임한 그룹의 대표적인 재무ㆍ관리통이다.
그룹 투자담당 임원으로 지난 2006년 월마트코리아 인수 당시 실무작업을 주도, 월마트와 첫 접촉 이후 불과 1주일 만에 협상을 매듭짓고, 20일 만에 주식 양수도 계약 등 인수ㆍ합병(M&A) 절차를 마무리할 정도로 협상능력과 신속한 업무처리를 보여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1년에는 신세계의 기업분할을 진행하며, 그룹의 핵심 회사인 신세계와 이마트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적부진과 지난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국감 출석을 초래한 데 대한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퇴장 수순을 밟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 1.5세대'로 2004년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8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64)는 28일 인사에서 유임돼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 3사 중 가장 사업진출이 늦었지만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는 대형마트 중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고 여기에는 노 대표의 공이 크다는 평가다.
2010년 후라이드 치킨을 반값 이하에 판매하는 '통큰치킨'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신속한 결정으로 갈등을 최소화하는 등 위기에도 잘 대처했다.
대형마트는 국내외 630여개 점포에 시장규모만 39조원, 고용인원(정규직) 7만여명에 달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단순한 장보기를 가족 중심의 문화로 바꾼 대형마트 업계도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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