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리그에 대한 의미와 인식은 부족했다. 선수 입장에선 실업야구의 틀을 깨고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야구를 한다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사실 가장 득을 본 건 실업야구에서 높은 평균자책점을 뽐낸 투수였다. 나무배트의 시대가 열리면서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 성적을 위협할 요소도 적었다. 2군(퓨처스리그)이 존재하지 않은데다 선수단 규모는 버스 한 대로 이동이 가능할 만큼 작았다.
33번째 시즌을 앞둔 현재는 어떨까. 일단 선수단의 몸집은 곱절로 불어났다. 연봉도 대체로 높다. 인기선수들은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풍요로운 삶을 보장받는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시즌 준비 혹은 몸 관리에 대한 자세다. 과거 선수들은 친한 동료들과 어울리며 비활동 기간을 보냈다. 요즘은 가족 단위의 움직임이 많다. 지인들의 부름을 피해 해외 훈련(괌, 사이판)을 택하는 선수도 쉽게 발견된다. 음주를 줄이고 최적의 환경에서 여유롭게 몸을 만든다. 몸 관리에 대한 변화는 흡연에서도 찾을 수 있다. 더그아웃 근처 화장실, 휴게실 등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기대하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과거 김응룡 감독이 신인선수들에게 “술, 담배를 끊지 않으면 1군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 글쓴이는 중간계투를 향한 시선이 대표적이라고 본다. 대우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LG 불펜의 핵심으로 부상한 이동현은 최근 프로 데뷔 14년 만에 억대 연봉 고지를 밟았다. 8500만원에서 100% 인상된 1억7000만원에 사인했다. 신연봉제로 그동안 인상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액수다.
홀대의 원인은 과거 경기의 흐름에서 찾을 수 있다. 선발투수 혼자 경기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니 많은 돈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다르게 비틀어 보자. 선발투수는 중간계투보다 많은 경기를 뛰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경기만 중점을 두고 준비하면 된다. 단순한 구조로 몸 관리 등이 비교적 수월하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선발투수를 선호하는 이유다. 중간계투는 매 경기 등판을 대비해야 한다. 불펜에서 몸을 풀었는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60경기를 뛴 중간계투라면 90경기에서 공을 던졌다고 봐야 한다. 전체 경기의 2/3 이상을 소화한 셈이다. 이들에겐 남다른 부담도 있다. 리드를 지키거나 점수를 더 이상 내주면 안 된다는 심리적 압박이다. 마무리보다 이는 더 심할 수 있다. 비기거나 이기는 상황에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최근 지도자들은 중간계투의 중요성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이제는 프런트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것이란 생각은 다소 무책임하다. 먼저 시선이 바뀌어야 상호간의 오해는 말끔히 사라질 수 있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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