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미국이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인 글로벌호크(RQ-4 블록30형) 가격을 낮춰 한국에 판매하겠다고 제안했다. 국제 무기거래시장에서 가격을 해마다 높게 책정한다는 점을 감안할때는 가격을 내린 이번 제안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7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미측은 지난달 말 8200억 수준으로 구매수락서(LOA)를 보내왔다. 지난해 1월 미측이 제안한 금액 8452억보다 250억가량 내린 가격이다.
방사청은 지난해 1월 미측의 제안가격을 토대로 글로벌호크 도입사업은 기체, 지상통제시설, 수리정비 등을 포함해 총 사업비 918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미측에서 가격을 내려 향후 총사업비가 9000억원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위사업청은 이달안에 총 사업비를 책정해 기재부에 승인요청을 한 후 2018년까지 글로벌호크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호크는 ‘킬체인(Kill Chain·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을 탐지 추적 타격하는 시스템)’의 핵심 전력이다.
HUAV도입사업은 지난 2003년 6월 합동참모본부가 소요결정을 내렸다. 이후 성능ㆍ생존성 등을 고려해 미국의 글로벌호크가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도입예산 4854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판매승인을 거절하고 가격도 우리 군의 책정가격보다 높게 요구했다.
사업이 답보상태에 머무르자 군당국은 지난해 성능요구조건(ROC)을 낮춰 다른 경쟁기종도 경쟁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대상기종은 미 보잉사의 팬텀아이와 에어로바이런먼트사의 글로벌옵서버를 검토하기로 했다.
방위사업청은 미 정부에 2개의 후보기종에 대한 평가자료를 제출해주도록 정식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팬텀아이는 시범기만 개발해 실전에 투입한 경험이 없고 글로벌옵서버는 2011년 4월 시제기가 추락해 개발이 중단된 상태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때문에 방위사업청은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글로벌호크를 도입하기로 다시 결정해 구매수락서(LOA)를 다시 요청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측이 가격을 내린 것에 대해 "북한 장성택의 숙청 및 처형 사태 이후 괌 앤더슨 미 공군기지에 배치된 글로벌호크의 대북 감시 임무를 크게 강화돼 피로도가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앤더슨 기지에 배치된 3, 4대의 글로벌호크가 매주 한 차례 대북 감시 임무를 수행해와 임무의 일부를 한국군에 넘기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또 여전히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고, 한반도 정찰을 위해서는 작전반경이 수백㎞ 수준이면 충분해 글로벌호크는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사업타당성 재조사를 하면서 "글로벌호크의 시간당 운용ㆍ유지비가 3만5000달러(약 3712만원) 수준으로 20년간 운영하면 추가로 6조원의 운용유지비가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호크는 20km 고도를 비행하면서 지상 30cm 크기의 물체를 구별할 수 있는 해상도로 서울시의 10배 면적을 24시간 만에 샅샅이 훑어볼 수 있다. 앞서 미국과 일본은 지난해 10월 양국 외교·국방장관 협의체인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올해 초 글로벌호크를 일본에 순환 배치해 대북 감시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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