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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커피 나오셨습니다"…잘못된 높임말 '동영상 풍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6초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경쟁 강화탓 우리말 오용 늘어"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커피 나오셨습니다. 이쪽이 라떼이십니다."


한글문화연대가 제작해 유투브에 공개한 동영상 '커피 나오셨습니다' 편이 주목을 끌고 있다. 동영상은 사람들이 '통이 넓으신 세탁기'를 사용하고 '연회비 있으신 카드'를 쓰는 이유는 '위대하신' 상품들이 발명되면서 인류가 엄청난 혜택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비꼰다. 마지막에 커피가게 점원이 "커피가 제 시급보다 비싸니까요." 라고 말하는 대목은 이 동영상의 부제가 왜 '사물 존대의 논리'인지를 보여주며 세태를 풍자한다.

이 영상을 연출한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49ㆍ사진)는 2000년 2월 설립된 이 단체에서 창립멤버로 활동하며 우리말 바로쓰기운동에 앞장서 왔다. 지난해부터는 '잘못된 높임말'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400곳의 고등학교에 교육용 스티커를 만들어 보내거나 '틀리기 쉬운 높임말 33가지'라는 책자를 제작해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그러다가 '유투브 동영상 제작'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절대 교육용 자료로 보이지 않도록 하되 뒤통수를 치는 영상'을 만들려던 목적에 맞게 제작된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이 대표는 "오히려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바르게 말하면 자신을 존대하지 않는다며 점원에게 화를 내는 사람들까지 있다"며 잘못된 사물 존대가 심각한 수준으로 굳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우리말의 고유한 특징인 '높임말'이 사람과 사물 간에 쓰이게 된 것은 단지 낱말 한두개 잘못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우리는 사람이 사물을 존대하는 슬픈 세상에 살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손님은 왕이다'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동시에 텔레마케팅이 활발해지며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새해에도 '잘못된 존댓말 고치기' 영상을 더 제작할 계획이다. 재밌는 아이디어를 퍼뜨려 시민운동을 이어나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손님과 판매원이 다 같이 볼 수 있고, 서로 겸연쩍어하지 않으면서 잘못된 존대를 고칠 수 있는 작은 장치물 제작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4년여 동안 한글문화연대를 운영해오며 얻은 가장 큰 성과로 지하철에서 '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라는 안내방송을 '안전문이 열립니다'로 바꾼 것과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된 것을 꼽았다. 그는 "공공기관에서 쓰는 언어부터 바뀌어야 올바른 우리말 쓰기가 정착될 수 있다고 보고 공공언어 감시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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