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27일 201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부회장 및 사장 승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불확실한 글로벌 시장환경을 감안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룹은 이날 현대차 137명, 기아차 53명, 계열사 229명 등 총 419명 규모의 2014년도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직급별로는 ▲부사장 14명 ▲전무 36명 ▲상무 75명 ▲이사 146명 ▲이사대우 144명 ▲수석연구위원 2명 ▲연구위원 2명이다.
임원 인사 규모는 전년(379명) 대비 10.6% 증가했지만, 부회장 및 사장 승진자는 한명도 없었다.
업계에서는 지난 3년간 연말 인사 시 부회장 승진이 없었고 사장에서 부회장 승진 연한이 4~5년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새로운 부회장이 등장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정기 인사가 마무리되며 현대차그룹의 부회장단은 교체없이 현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가장 최근 단행된 그룹 부회장 인사는 지난 3월 김억조 전 현대차 노무담당 총괄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며 윤여철 부회장이 복귀한 것이다.
이는 통상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에 대한 인사는 연중 수시인사로 단행됐기 때문에 이번 정기 인사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오랜 노하우를 갖춘 최고경영진에 대한 정 회장의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도 제기된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통해 위기돌파 해법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앞서 단행된 사장단 인사 역시 당초 예상보다 소규모인 부품, 금융계열사 사장 4명을 교체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다만 수시인사 문화를 감안할 때 언제든 이들의 인사 가능성은 열려있다.
이번 연말 정기인사에서는 부회장뿐 아니라 사장급 승진자도 배출되지 않았다. 전체 승진 규모가 2012년(465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전체 승진 규모가 이번보다 적었던 전년에는 피터 슈라이어 사장과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등 2명이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소폭으로 단행된 사장단 인사로 인해 승진자가 없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건사고가 잇따랐던 현대제철의 경우 경영진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쇄신이 있을 것이라 예상됐으나 내부감사 등으로 인해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그룹 전반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정 회장이 강조해온 품질경영과 해외시장에 대한 인사가 두드러졌다. 연구개발 및 기술부문 승진자 비율이 지난해보다 4%포인트가량 늘어난 43.4%(182명)를 차지했다. 내수 시장의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한 만큼 주재원 승진비율도 높아졌다.
아울러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의 곽진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설영흥 부회장의 아들인 설호지 이사대우가 이사로 승진해 눈길을 끌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