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행정고시 출신의 서울시 공무원은 시장따라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가 이명박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고, 이어 국내외 정보를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 ‘국가정보원’의 수장이 됐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동안 국정원 직원들은 방한한 외국 대통령 특사단의 숙소를 뒤지다 발각되는 어설픔을 드러내기도 했고, 김정일이 사망하거나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도 뒷북 정보로 체면을 구겼다. 현재는 정치적 중립을 어기고 조직적인 선거개입 활동을 펼친 혐의로 사법부의 저울에 올라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의 배경으로 그의 과잉 충성과 그릇된 인식을 지적한 바 있다.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는 뒷전으로 한 채 자신에게 지위와 권력을 안겨 준 정권에 보답이라도 하듯 국정 홍보와 특정 정치 세력 폄훼에 골몰했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실제 북한의 주의·주장을 뒤쫓는 세력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페지,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의 동조를 받는 정책이나 견해를 가진 사람과 단체마저 싸그리 ‘종북’으로 몰아가는 왜곡된 인식 구조를 갖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은 모두 공격해야할 ‘종북좌파’였고, 2008년 광화문을 밝힌 촛불도 종북좌파의 조직적인 선전선동에 따른 결과물이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사건에서 용케 구속을 면하나 싶던 그는 결국 건설업자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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