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및 거주비자 없는 불법 이민자 최장 18개월 구금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이탈리아에 구금된 불법이민자 8명이 침대 시트에서 뽑은 실과 바늘로 입술을 함께 꿰매고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이탈리아 내 이민법 완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스카이뉴스와 RT 등에 따르면, 이들 9명의 변호를 맡은 필리베르토 자라티 변호사는 22일(현지시간) 튀니지계 불법 이주자 4명이 담배 라이터로 만든 바늘로 꿰맸다고 주장했다.
이들을 구금하고 있는 난민수용소 관리인은 5명의 모로코계 불법 이주자들도 몇 시간 뒤 수용소에서 내보내 줄 것을 요구하며 튀니지계 4명을 흉내 내 입술을 꿰맸다고 한 TV방송에 말했다.
자라티 변호사는 “현재 이들은 식사도 하고, 음료수도 마실 수 있다. 의사의 검진도 받았다”면서 “이들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항의한 것은 사정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난민 수용) 구조는 즉각 없어져야 한다”고 분개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1일 로마시 인근 수용소에서 시작됐다.
시위는 이탈리아의 라이 2 TV가 람페두사 섬 난민 임시 수용소에서 옴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무명의 시리아 난민들에게 추위 속에서 강제로 옷을 모두 벗게 하고 호스로 약품을 뿌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된 지 며칠 후 발생했다.
이 영상이 공개된 뒤 유럽연합(EU) 집행위는 난민수용소가 개선되지 않으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탈리아 이민법을 개정하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보시피니 법에 따라 근로 및 거주 비자가 없는 불법이민자들은 추방되기 전까지 최대 18개월 구금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탈리아 연립정부 최대 정당인 중도좌파 민주당(PD)은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 이민법을 내년 통과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으며, 이그나치오 마리노 로마시장도 난민수용소의 폐쇄를 촉구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는 아프리카 북부지역에서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 EU로 건너오는 아프리카인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민법을 완화할 경우 이를 단속할 수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해 이탈리아 람페두사로 건너오려고 시도한 아프리카인은 1만3000명에 이르는 등 4만명 이상이 아프리카인이 EU에 들어오려고 시도했다. 난해보다 약 4배 늘어난 규모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