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규제에 생존 위한 몸부림
서브브랜드 출시도...중소업체 해외진출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프랜차이즈업계는 올해 그야말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 '규제 터널' 속에 갇힌 악몽 같은 한 해였다. 일년 내내 내수 침체라는 거대 벽과 함께 각종 규제까지 몰아치면서 사면초가에 시달렸다. 각종 규제에 대표 브랜드들이 사실상 출점 사업을 포기한 채 신규 브랜드를 선보였지만 이 역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형 만 한 아우가 없다'는 말이 업계의 등식이 됐을 정도였다.
◆첩첩산중 규제= 프랜차이즈를 올 한해 옭아맸던 규제의 시작점은 아이러니하게 지난해 초 불거진 재벌가 딸들의 빵집이었다. 재벌가 딸들의 빵집전쟁으로 시작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점차 프랜차이즈 빵집으로 옮겨가면서 올해 초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거리 규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동네 빵집에서 도보 500m 이내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거래기준이 적용되면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신규 출점은 중단되다시피 했다.
5월에는 외식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놓고 업계와 동반성장위원회가 정면 충돌하기도 했다. 결국 소상공인으로 출발한 외식 전문 일반ㆍ프랜차이즈 중견기업은 간이과세자(매출액 4800만원 이하)와 도보로 150m만 떨어지면 출점할 수 있도록 한 예외 규정을 두는 선에서 최종 확정됐다.
규제 이슈는 연말 '중소기업 범위제도 개편 방안'으로 이어졌다. 중소기업 범위제도 개편 방안에 따르면 외식업과 서비스업이 대부분인 프랜차이즈 업종은 3년 평균 매출액 400억원을 넘으면 중견기업이 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놀부NBG, 본죽, 채선당, 원할머니 등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당장 중소기업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현재 400억 원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중견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앞으로 성장을 멈추는 '피터팬 증후군'에 빠질 수 있다.
◆서브 브랜드 속속 출시…해외진출도 본격화= 규제 강화는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 시대 폐막과 소규모 서브 브랜드 시대 개막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기존 브랜드로 출점 사업에 나설 수 없게 되면서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서브 브랜드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놀부NBG는 숯불애장닭과 더 놀부족발 화덕구이를 선보였고 굽네치킨은 92번가와 디 브런치 카페를 출시했다.
중견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도 눈에 띈 한 해 였다. 그동안 대기업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했다면 올해는 중견ㆍ중소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된 해였다. 강호동 치킨678을 운영중인 육칠팔은 올해 미국 LAㆍ뉴욕, 중국 광저우, 호주 시드니 등에 7개의 매장을 새롭게 냈다.
◆내년 상반기까지 암울, 하반기 터널 벗어날까= 악몽의 한 해를 보냈던 프랜차이즈들은 내년엔 다소 숨통이 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내년 2월 시행 예정인 개정 가맹사업법 이슈로 상반기까지는 올해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터닝포인트 시점은 8월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예상매출액을 의무적으로 제시토록 한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 가맹법 시행령이 발효되면 동일 브랜드의 가맹점 신규 출점 시 일괄적으로 적용해온 모범거래기준이 사실상 폐지되기 때문이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국장은 "모범거래기준의 실효성이 상실되는 8월 이후 프랜차이즈의 출점 등도 다소 활발해지면서 먹구름이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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