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방만 경영 해소' 제1과제…'한국 자본시장의 관문(gateway)'으로서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것."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KSD) 사장(사진)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 주요내용에 대한 적극적인 이행을 위해 내년 초 발표할 'KSD 경영혁신 및 미래비전'에는 방만 경영 해소를 제1 과제로 담을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방만 경영 해소와 함께 사업부서 전진배치를 핵심으로 하는 조직 재설계와 리스크관리 강화를 내년 경영혁신의 3대 목표로 설정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정부가 요구한 방만 경영 해소는 결국 임직원의 복리후생비 과다를 해결하라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준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후선조직을 축소하고 사업 부서를 전진 배치해 비즈니스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금융전산사고 제로(0)'를 위한 IT 보안 강화에도 힘쓸 생각이다. 유 사장은 "IT보안 수준을 국내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 은행권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본사 부산 이전을 앞두고 있어 더욱 신경써야할 과제"라고 짚었다. 이를 위해 업무 리스크 상시점검과 리스크 관련 자본금 확충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3년의 임기 동안 예탁결제원을 '한국 자본시장의 관문'으로서 세계무대에 우뚝 서게 하겠다는 게 유 사장의 미래비전이다. 한국거래소의 백오피스(후선업무) 성격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
유 사장은 "아시아의 자본시장은 전 세계 금융회사들의 각축장이 됐으나, 당장 한국의 저축도 한국의 금융회사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국민연금, 각종 공제회 등에 축적된 거대한 저축의 저수지가 해외투자에 나설 때, 예탁결제원이 한국 자본시장의 게이트웨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거래소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이때, 새로운 인프라 서비스를 발굴해 새 수익원을 창출할 것이라는 포부다. 그는 "금융투자 산업이 큰 발전을 했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선진거래소보다는 후진 거래소가 많고, 이들은 예탁결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며 "한국예탁결제원이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우뚝 서게 되면 한국거래소로부터의 독립과 같은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먼저 국제기구에 컨설턴트로서 법인으로 등록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시아개발은행, 월드뱅크 등 국제기구와의 접촉을 늘려 실제 비즈니스 기회가 있는 지 찾아볼 생각이다. 유 사장은 "월드뱅크에서 아프리카의 예탁결제서비스 업그레이드를 후원하겠다고 할 때, 공개입찰에 한국예탁결제원이 응찰해 사업을 따서 돈을 버는 식"이라며 "나아가 직원들이 개인 컨설턴트로 일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금 현물시장 결제, 크라우드펀딩 인프라는 물론 향후 급속한 성장이 예상되는 퇴직연금, 사모펀드, 전자단기사채 관련 인프라 서비스 제공으로 예탁결제서비스의 외연을 확대하고 사업구조를 다변화할 생각이다.
예탁결제원은 주무부처와의 사전협의를 거쳐 'KSD 경영혁신 및 미래비전'을 최종 확정해 향후 3년간 경영의 나침반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이달 말 종무식 대신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직원들이 발표 내용에 대한 질문과 지적을 하는 타운홀 미팅 계획하고 있다"며 "확정된 방안을 내년 연초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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