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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박근혜정부 복지정책,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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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통과시 최저생계비 개념 사라져
-월 소득 56만원 넘는 중증장애인은 연금 혜택 제외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빈곤층의 복지수준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정안 통과시 최저생계비 개념이 사라지면서 국민적 생존권의 최저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국회에서는 김용익, 장하나 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가 함께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철회 및 장애인연금 공약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두 의원과 시민단체는 "개정안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개별급여 시행이라는 미명아래 기초생활보장법을 완전히 파괴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회에는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되어 있다. 이 법안은 의원발의 법안의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정부안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기초생활보장법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는데, 청와대 관계자는 이 때 언급한 법안이 바로 유 의원의 안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효율화한다는 명목으로 맞춤형 빈곤정책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등을 통합방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인데 개정안이 도입되면 개별급여 방식으로 바뀌어 필요한 사람에게 지급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맞춤형 빈곤정책을 도입할 경우 지원대상이 확대되고 일할수록 유리한 급여체계가 되어 빈곤층이 정부급여에 안주하지 않고 자활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령 현행 제도에서는 새로 일을 하려고 해도 수급 대상에서 제외될까봐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개정안이 도입되면 일을 하더라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일부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어 보다 적극적으로 빈곤탈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비판론은 만만치 않다.


우선 개정안이 도입되면 국민들이 국가로부터 최소한도의 생활수준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가 박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 위원회 위원장은 "최저생계비를 폐지하고 수급자를 선정하는 기준과 급여액을 행정부처가 정하게 되면 공공부조 프로그램이 되어 더 이상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은 국민들에게 최소한도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명문화한 기초생활보장법 덕분에 최저생계 유지는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개정안이 도입되면 "(기초생활보장 관련) 예산은 국가의 책무가 아닌 정권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연성예산이 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기초생활보장 관련 예산은 경성예산으로 반드시 집행해야만 하는 국가의 채무였지만 개정안이 도입되면 연성예산이 되어 국가채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한국사회의 빈곤층에게 그나마 안전망 구실을 했던 제도가 시혜성 공공부조 제도로 전락하는 슬픈 미래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산이 없다면 빈곤층 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별급여 제도 도입이라는 측면만 본다면 개정안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는 현행안과 개정안간에 별 차이가 없다고 정부에서 밝히고 있다"며 "주거급여와 교육급여에서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현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주거 서비스 급여 등의 제도 개선이 가능한데 최저생계비 시스템과 권리성 급여체계를 폐기하려 하는지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정안은 제도의 틀 자체를 바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지난 십수년간 사회적 합의로 자리잡아온 유일한 권리성 공공부조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해체해야 할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익 의원 역시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권리적 성격을 잃고 빈곤탈출에 도움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며 "민주당은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최저생계비가 폐지될 경우 각종 제도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개정안이 도입되면 정량화된 최저생계비 금액부분이 없어진다"며 "정부가 확인해준 우리의 국민생활최저액(national minimum, 한 나라 전체 국민의 생활복지상 불가결한 최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이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정책과 관련해 최저생계비를 통해 책정되는 프로그램이 백여개가 넘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준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 협상에도 최저생계비가 기준 역할을 했는데 이 부분이 와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즉 최저생계비가 없어지는 것은 그나마 한국사회의 복지 정책을 유지할 수 있게 했던 기준선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유 의원의 개정안이나 정부에서 이를 손을 댄 유사안만으로는 정부에서 절대 예산을 줄이지 않겠다는 선의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국민의 생존권과 관계없이 공공부조 예산의 축소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애인연금과 관련해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정부는 10월에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이에 따르면 중장장애인의 70%가 연금수혜 대상이 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모든 중증장애인 장애연금 두 배 실시"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시민사회와 야당에서 제기됐다.


김 의원은 "노인들의 소득보다도 중증장애인의 소득이 현저히 낮다"며 "노인들의 소득기준으로 하위 70% 기준선은 83만원이지만, 중증장애인의 하위 소득 70% 기준선은 56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소득이 60만원을 넘는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중 부자라는 이유로 연금을 받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장애인 연금은 기초연금보다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장 의원은 "박 대통령이 장애인들의 정치적 발언권이 낮다는 이유로 공약을 파기하고도 사과도 안한다
"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박 대통령이 정치적 약자에게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다 주겠다고 한 약속들이 사실은 당선을 위해 지어낸 진정성 없는 공약에 분노한다"며 "사회적 약자 문제에 대해 공약으로 우롱한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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