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AD
서울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12일 오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눈 속에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현관 밖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조순 전 총재의 귀갓길을 배웅하는 참이었다. 조 전 총재는 옆 사람의 부축을 받아야 할 만큼 보행이 편치 않았다. 과거 신년하례회 당시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쇠약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차에 올라선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며 한은을 빠져나갔다.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이날, 국내 경제학계의 원로인 조 전 총재가 김 총재를 찾았다. 조 전 총재는 서울대 교수로 교편을 잡다 정·관계를 넘나들며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민선 1기 서울시장을 지냈다. 김 총재를 비롯해 정운찬 전 총리 등 정관계의 내로라하는 인물 상당수가 조 전 총재의 제자들이다. 이날 1시간여 진행된 환담 자리에도 김 총재 외에 서울대 제자였던 일부 한은 간부들이 배석했다.
조 전 총재는 국내에 케인스 경제학(국가의 적절한 시장 개입을 지지하는 학파)을 소개한 권위자답게 이날도 케인스 경제학을 바탕으로 요사이 경제 현상에 대해 묻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매년 초 신년하례회를 하는데 조 전 총재가 연말연시 후배들의 안부를 묻고 새해 인사를 전하기 위해 좀 일찍 들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