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대(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협력 협정 불발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소요 사태가 2주째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압력에도 유럽의 개혁 요구를 받아들이자는 시민들 요구가 거세지면서 러시아와 서방의 이익이 우크라이나에서 충돌하고 있을 정도다.
유럽의 언론들은 우크라이나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전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측이 우크라이나의 정치권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어 현지 주민들의 희망만 꺾었다는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EU의 요구 조건이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최근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대신 EU로 방향을 틀도록 유도할 당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애초 우크라이나가 EU와 협상에 나선 것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더 싸게 공급받기 위한 협상용 카드였다. 그러니 EU는 더 많은 혜택을 우크라이나에 제시했어야 했다는 게 비즈니스위크의 지적이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는 저렴한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단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대선을 앞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대신 유럽으로 눈 돌렸다면 후폭풍이 상당했을 것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 정부 지출 삭감, 환율 상승에다 실업, 예산 삭감, 재정적자 확대 같은 뉴스가 언론 매체를 장식하면서 안 그래도 팍팍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삶이 더 어려워질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큰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우크라이나가 EU로 돌아설 경우 받을 수 있는 보상이 크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EU가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것은 EU 회원국 자격이 아니다. 러시아계 투자은행 르네상스 캐피털의 찰스 로버트슨 이코노미스트는 “EU의 선물이라고 해봐야 앞으로 EU 회원국이 될 수 있다는 약속뿐”이라며 “EU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지원 운운하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제상황이 EU가 요구하는 개혁을 받아들이고 러시아의 압력은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것도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867달러(약 410만원)로 인근 몰도바에 이어 유럽 제2의 빈국이다.
러시아는 이미 몰도바에 대해 핵심 생산품인 포도주 수입을 금하고 가스 공급 중단까지 경고하며 압박하고 있다. 몰도바가 EU와 정치·경제 협력 협약 체결로 '탈(脫)러시아'를 시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열리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 참석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4일(현지시간) 몰도바로 향했다. 이들 지역을 둘러싼 EU와 러시아의 갈등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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