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교체비 적은 초고장력 강판
최고 출력·자동환기 등 첨단장치 장착
1000만원 싼 프리미엄, 명차잡기 시동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현대자동차가 준대형 세단 제네시스의 후속모델을 5년 만에 새로 내놨다. 비슷한 차급의 국산차는 물론 수입 자동차 시장까지 염두에 둔 모델로, 현대차는 이번에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며 경쟁상대로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를 지목했다.
국내 시장은 물론 미국, 유럽, 중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고급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모델을 직접 겨냥한 건 제네시스가 단순히 판매량 증대를 넘어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형 제네시스에 앞서 올 하반기 나란히 국내에 출시된 BMW와 벤츠의 주력모델 5시리즈와 E클래스를 비교해 봤다.
◆커진 제네시스, 주행성능 따라잡을까 = 현대차가 이번에 제네시스 후속모델을 개발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역동적인 주행성능이다. 전작이 편안한 승차감을 중시한 렉서스를 지향했다면, 신형 제네시스의 경우 BMW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크기만 보면 제네시스가 5시리즈나 E클래스에 비해 월등히 크다. 신형 제네시스는 1세대 모델과 비교해서도 휠베이스가 75mm 늘어나는 등 덩치를 키웠다. 차체 너비도 BMW 7시리즈와 차이가 12mm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날 정도로 넓직한 인상이며 높이 역시 두 모델에 비해 높다.
1세대 제네시스도 경쟁모델에 비해 큰 편이었는데 최근 신형 모델을 비교해보면 크기 차이는 더 벌어졌다. 단순히 주행성능만을 따진다면 더 작은 차체가 유리하지만 뒷좌석 탑승자까지 고려해 일정한 크기를 유지한 듯 보인다.
신형 제네시스는 기존 모델과 같은 3.3ℓ 람다GDi엔진이 그대로 적용됐지만 중저속 영역에서 성능을 강화시켰다. 실제 주로 쓰는 영역에서는 체감성능이 향상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최고출력이나 최대토크 성능은 1세대 모델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BMW 5시리즈 가운데 가솔린 주력모델인 528i는 제네시스ㆍ벤츠E클래스와 비교해 배기량이 가장 낮다. 최근 유럽시장에서 엔진 다운사이징 현상이 보편화된 것과 같은 흐름이다. 2.0ℓ 4기통 터보 엔진은 245마력의 성능을 보여주며 최대토크는 35.7kgㆍm로 셋중 가장 뛰어나다.
벤츠 E 300은 3.5ℓ V6 엔진으로 배기량은 가장 높은 수준이나 최고출력은 제네시스에 비해 30마력 정도 낮다. 연비는 5시리즈가 가장 높으며 E클래스-제네시스 순서다.
BMW나 벤츠가 일부 차체나 부품을 알루미늄 합금소재로 쓴 반면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에 초고장력 강판이 쓰였다는 점을 적극 내세운다. 이 부분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알루미늄 합금은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반면 비싸다. 추후 교체수요가 생겼을 때 제네시스의 부담이 덜하단 의미다.
BMW 528i 최대 토크 자랑
연비도 최고, 판매 1위 수성
◆첨단 편의장치 대거 장착 = 신형 제네시스의 가장 큰 구매포인트는 각종 편의장치라고 할 수 있다. 해외 매체에서는 차내 이산화탄소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자동으로 환기시켜주는 스마트 공조시스템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밖에 차량 외부에 탑재된 4개의 카메라를 통해 차량 주변의 전체 모습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한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시스템, 운전자가 스마트키를 갖고 차량 트렁크 주변에 3초간 머물면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 등도 눈에 띈다.
수입차의 경우 상대적으로 옵션 폭이 제한돼 있지만 5시리즈나 E클래스 모두 국내 판매량이 상당한 만큼 신형 모델에서는 각종 편의장치가 대폭 추가됐다. 528i는 각 좌석마다 공조시스템을 달리 할 수 있으며 적은 힘으로도 차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소프트 클로즈 도어 기능이 새로 적용됐다.
신형 E클래스 역시 국내 시장을 감안해 국내 업체와 함께 만든 내비게이션이 장착됐으며 최근 출시된 신형 S클래스와 마찬가지로 디스트로닉 플러스, 프리세이프 플러스 등 벤츠 고유의 첨단 안전장치가 들어가 있다.
벤츠 E300 안전장치 중무장
디자인도 혁신 과거 영광 회복
◆1000만원 싼 제네시스, 득볼까 = 신형 제네시스의 가격은 기본형 4660만원부터 최고급형 6960만원 수준. 주력모델인 3.3 프리미엄은 5260만원이다. 기존 모델에 비해 트림별로 300만~600만원 정도 올랐으며 자체 개발한 4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250만원이 추가로 든다.
성능을 비슷하게 맞춘다고 해도 528i나 E클래스와 비교해서는 아직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현대차는 당초 가격인상 요인이 더 있었지만 최소화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판매된 5000만~7000만원대 차량은 4만4110대로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3분의 1이 넘는다. 국산 대형차나 제네시스를 제외하면 이 정도 가격대에선 국산 브랜드 가운데 대항할 만한 모델이 마땅치 않기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본격적인 판매집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국산'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제네시스의 출발은 나쁘지 않다. 출시 전 사전계약만 6000대를 넘긴데다 주요 대기업들의 연말임원인사 시즌을 앞두고 법인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입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BMW 5시리즈도 지난 10월 출시 후 반응이 뜨겁다. 인기 모델인 520d는 후속모델 출시 후 첫 달에만 555대가 팔리는 등 5시리즈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1만676대가 팔렸다. BMW코리아 전체 판매의 44%를 넘는 수준이다. 벤츠 역시 E300 등을 앞세워 같은 기간 E시리즈 전체 판매량은 8442대에 달한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고급차종의 경우 차량의 품질은 물론 브랜드 파워도 차량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수입차 약점으로 지적돼 온 AS 부분 역시 수입차 전반적으로 확충하는 데 신경 쓰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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