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힌덴부르크호 참사는 잊어라"
힌덴부르크는 193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미국 뉴저지주 레이크 허스트 국제공항까지 비행해 계류 준비를 하던 중 불이 나 전소된 비행선이다.
1931년부터 1936년까지 5년에 걸쳐 설계해 제작한 이 비행선은 길이 240m, 고급식당과 라운지 등을 갖추고도 최고시속 135㎞, 순항속도 125㎞로 대서양을 65회 횡단했다. 그러나 레이크 허스트 공항에서 불이나97명의 승객 중 36명이 아비규환 속에서 숨지면서 비행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비행선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있다. 불이 타지 않는 불활성 가스 헬륨이 개발되고 새로운 설계와 견고한 구조물을 장착한 대형 비행선이 속속 개발되면서 광산업계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비행선 개발업체들은 시베리아 오지와 캐나다 툰드라 지역에서 니켈 등 자원을 개발하는 데 비행선을 활용하자고 광산업계에 제안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광산업체들이 비행선 사용을 검토하고 있어 근 80여년 만에 대형 비행선이 하늘을 뒤덮을 날이 다가올 전망이다.
현재 대형 비행선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는 미국의 월드와이드 에어로스 코프(WAC)와 영국의 하이브리드 에어 비히클스(HAV)가 대표다. WAC는 힌덴부르크호와 같은 체펄린 비행선과 비슷하며 견고한 구조물을 가진 비행선을 개발해 시험 중이다.
대형 비행선은 에어로스크래프트(aeroscraft),소형 비행선은 에어쉽으로 부른다. 현재 이 회사는 66t의 운송능력을 가진 비행선을 개발해 시험하고 있다. WAC는 최대 250t의 화물을 적재하고 시속 100마일(시속 160㎞)로 비행하는 길이 500피트(152m) 비행선 20대를 포함, 총 24대의 비행선 제작을 위해 30억달러의 자본을 조달할 계획이다.
WAC는 2016년께면 22대를 보유할 계획이다. 66t 화물운송 능력에 항행거리 3500 노티컬 마일의 ML866, 250t 적재 능력에 항속거리 6000노티컬 마일의 ML868 등 두 종류다.
영국의 하이브리드 에어 비히클스(HAV)는 연식(軟式) 무골조 구조의 비행선을 개발해 시험 중이다. 적재능력 50t에 길이는 400피트(122m)의 대형이다. 이 비행선도 폭풍우와 시베리아, 캐나다 툰드라의 여건에서도 비행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다.
HAV는 10여년전 무골조 연식 비행선을 처음 개발하고 2호기 5t급 비행선을 제작해 미군에 납품해 아프가니스탄에서 감시용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 회사는 길이 120피트(36.6m)에 50t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3000만~4000만달러짜리 비행선을 만들고 약 2년 뒤 250t 수송 능력을 가진 비행선을 제작할 계획이다.
비행선의 장점은 연료비 절감. 헬리콥터의 약 10%,화물기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게 제작 업체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수직이착륙을 하는 덕분에 도로가 없는 산악지역에 광산장비를 실어 나를 수도 있다.
그동안 이들 업체들은 쓴잔을 많이 마셨다. 러시아 최대 니켈 생산업체인 노릴스크 니켈은 10여년 전 시베리아 광산 개발을 위해 장비를 비행선으로 운송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결국 비행기를 선택했다.
또 러시아 최대 금생산업체 폴리우스 골드 인터내셔널도 중장비를 러시아 극동지역 나탈카 프로젝트에 실어 나르는 것을 검토했지만 적절한 비행선을 찾지 못해 포기했다.
그렇지만 비행선 업체들이 설계를 새로이 하고 불활성 기체인 헬륨을 사용한 대형 비행선을 제작하고 있는데다 광산업체들의 인식도 개선되면서 상황도 바뀌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런던 상장사이자 자원탐사 회사인 아무르 미너럴스가 겨울철 혹한과 도로가 빈약해 채굴 설비를 이동하는 게 힘든 시베리아 지역에 비행선을 타고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건설 중장비를 트럭으로 싣고 가기 위해 350㎞의 도로를 건설한다면 약 1억5000만달러를 지출해야만 한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개발업체들도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WAC는 항공운수회사 아이슬란드에어 카고북극권의 여러 대륙에 항공화물 서비스를 제공하고 표준 컨테이너를 운송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HAV도 캐나다 광산업체에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곳의 기업과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이르면 2016년 비행선을 인도는 계약을 앞으로 몇 달 안에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 생산회사인 페트로파블로프스크의 피터 햄브로 최고경영자(CEO)는 “장차 극동지역 비즈니스용으로 비행선을 1대 주문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광산업계가 이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비행허가 취득과 헬륨 가격이다. HAV는 2~3년 안에 취득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비행선이 늘면서 헬륨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 비정부용 헬륨가격은 지난 5년간 89%나 올라 1㎥당 6.13달러 수준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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