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미국 LA 한인타운에서 의류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성구(67)씨. 87년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26년 째 타국에서 살고 있다.
무일푼으로 이민 와서 죽어라고 일만 했더니 지금은 4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회사 사장이 됐다. 매주 금요일이면 착실히 수금이 돼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없고,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골프를 즐기는 여유도 있어 큰 불만 없는 이민생활이다.
그런 그가 3년 후쯤 고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냈지만 고국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가 들수록 더한 데다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큰 아들을 생각해 역이민을 결심했다.
“한국은 이제 나같은 이민자들이 돌아가고 싶은 나라가 됐습니다. 그만큼 많이 발전했다는 얘기죠”.
역이민은 비단 이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요즘 LA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역이민을 준비하는 재미동포들이 늘고 있다. 최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인천 송도 재미동포타운 분양 설명회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미국사회에서 이미 은퇴를 했거나 머지않아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이 많이 찾아왔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이들에겐 문화적 이질감 없이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단지가 한국에 생긴다는 것이 관심을 끌었던 듯하다.
분양설명회를 가진 결과 전체 아파트(830가구)·오피스텔(1974실) 중 36%가 넘는
물량이 분양 및 청약을 마쳤다. 주목되는 것은 역이민자들이 노년을 보낼 보금자리에만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에겐 고국에 돌아온 뒤의 투자도 중대한 문제다. 재미동포타운의 오피스텔과 상가에 ‘눈독’을 들인 이들이 많았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줬다. 앞서 언급한 이씨도 자신이 거주할 아파트 외에 투자용으로 오피스텔 20실을 계약했을 정도다.
지난 주 LA 현지에서 만난 해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계약자들 대부분은 미국에서도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다. 고국에 돌아가 살 집도 필요하지만 투자 대상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사회에서 재력가로 소문난 한 교포 역시 비슷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한국은 아직까지는 해외동포들에게 냉소적”이라며 “이민자들이 번 돈을 고국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투자 여건을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재미동포타운이 그런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미동포타운과 같은 곳이 250만 동포사회와 한국 간 가교 역할을 위해 성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정작 국내에선 재미동포타운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이다. 인천경제청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미국 현지 분양설명회에 몇 차례 참석한 것을 둘러싸고 관이 민간사업 홍보대행사냐는 논란도 있다.
수십년만에 역이민을 준비하는 중노년의 재미동포들을 위한 첫 보금자리 사업의 ‘미래’가 사뭇 궁금하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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