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 다음달 3일 오후 3시 ‘아차산 홍련봉 제1,2보루 발굴조사 2차 현장설명회’ 개최, 우리나라 최초 고구려 해자 및 철제 깃대 등 발견하는 등 고구려 성곽축조 기술 확인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서울 광진구 아차산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고구려의 해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와 철제 깃대 등이 발견되는 등 고구려의 성곽 축조 기술이 새롭게 확인됐다.
광진구(구청장 김기동)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구려 유적지인 아차산 홍련봉 제1·2보루(소규모 부대 주둔을 위한 작은 규모의 성곽) 발굴조사 결과를 다음달 3일 오후 3시 사적 제455호 ‘아차산 홍련봉 제1·2보루 발굴조사 2차 현장설명회’에서 공개한다.
지난 4월 열린 1차 설명회에 이어 개최되는 이번 2차 설명회는 전문가와 지역 주민 등 총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 간 발굴조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향후 정비 방향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일반인에게도 현장을 공개할 예정이다.
아차산 홍련봉 제1·2보루는 지난 2004년과 2005년도에 내부 건물지를 중심으로 부분 발굴조사가 진행됐으나 추가 조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복토 후 임시보호 중이었다.
이에 지난해 7월 구가 문화재 복원정비를 위한 자료 확보를 위해 발굴조사를 의뢰하면서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재)한국고고환경연구소(소장 이홍종)에 의해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10개월 간 실시된 1차 조사에서는 성벽 내·외부와 홍련봉 1·2보루 사이 진입로 등 총 1만2830㎡ 면적을 대상으로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구려 성곽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흔적들이 확인된 바 있다.
특히 조사 결과 제2보루는 북서쪽 일부 지점을 제외한 성벽 외곽으로 폭 1.5 ~ 2m의 외황(外湟:마른 해자)이 발견됐다. 이는 국내 고구려 성곽에서 최초로 확인된 것으로 보루 내부는 북쪽과 남쪽이 구분되고 남쪽은 석축으로 둘러싸여 있는 특이한 구조임이 확인돼 문화재 자문위원회의를 거쳐 추가 발굴이 결정됐다.
이에 이번 2차 조사에서는 ▲홍련봉 제1·2보루의 내부시설에 대한 추가조사 ▲외황의 전체적인 구조파악 ▲지난 2005년 발굴했던 북쪽 평탄지의 추가 조사 등이 실시됐다.
조사 결과 ‘외황(마른 해자)’은 북서쪽 일부구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간에서 확인됐다. 규모는 전체 길이 204m, 폭 1.5~2m, 깊이 0.6~2.5m으로 단면 형태는 알파벳‘유(U)’자형과‘브이(V)’자형에 가깝고 대체로 생토면(生土面)을 파서 내·외벽을 이루고 있다.
동·서쪽의 내벽은 석축 성벽으로 이뤄져 있으며 성벽 높이는 2.4 ~ 3.5m(17~25단)이며, 외벽은 일부 배수로가 설치된 구간을 석축으로 쌓거나 따로 배수시설을 연결했다.
‘북쪽 평탄지’에서는 2기의 석곽 저수시설이 확인됐는데 생토면을 파서 점토를 바른 뒤 석축으로 벽면을 축조했으며 다른 토광형(土壙形) 저수시설과는 달리 저장시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1호 석곽 저수시설의 경우 바닥면 목재를 깔았던 흔적이 확인되었고 이 곳에서 약 2m 가량 대형 고구려 철제 깃대가 처음으로 출토됐다.
또 지난 2005년 조사된 소성유구(불을 때서 토기나 기와를 생산한 흔적)의 하층에서 이번에 새롭게 온돌시설 3기가 확인됐는데 온돌시설 폐기 후 모래 섞인 흙(사질토)를 다져 소성시설을 조성한 것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보루 내부에서 성벽 외부로 이어진 완벽한 배수시설 구조도 확인됐다.
또 제1·2보루 사이 시굴구간을 조사한 결과 구릉 경사면을 ‘ㄴ’자로 굴광한 후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석축 시설이 확인됐는데 대부분 유실돼 정확한 형태는 알 수 없으나 1·2보루를 연결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이는 보루 사이 도로 시설로 추정된다.
아울러 출토된 유물은 기존 홍련봉 보루에서 출토된 것과 동일한 각종 고구려 토기류가 주를 이루며, 대도 철촉 삽날 등 철기류 등도 다양하게 출토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차 조사에서 확인된 홍련봉 보루의 성곽구조와 외곽 구조를 더욱 자세하게 확인해 아차산 일대 보루 중 유일하게 성곽의 전체모습을 노출 조사해 고구려의 우수한 토목기술을 확인했다.
또 향후 6세기 전반 고구려 군의 조직과 운영 및 고구려의 남진경영과 관련된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뿐 아니라 아차산 일대 보루군의 전체적인 규모와 성격, 구조 등을 파악해 고구려 문화재 복원 정비에 좋은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는 앞으로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종합정비계획을 수립, 아차산 일대 홍련봉 보루를 새롭게 복원·정비할 계획이다,
지난 2005년 홍련봉 제2보루 발굴조사에서 서기 520년에 해당되는 '경자(庚子)' 명문 토기가 출토돼 홍련봉 보루가 6세기 전반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홍련봉 제1보루에서는 아차산 일대 보루군 중 유일하게 와당과 기와가 출토돼 조사단에서는 이 보루에 중요인물이 기거했던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아차산 일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구려 유적지인 만큼 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구는 아차산 일대 홍련봉 보루를 체계적으로 정비·보존해 소중한 문화유산을 잘 관리하고 풍부한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진구 문화체육과(☎450-7593)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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