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그야말로 지극정성이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의 오승환 대접이다.
최근 한신과 입단 계약을 체결한 오승환은 12월 초 국내에서 입단 조인식을 가진다. 자리에는 나카무라 가즈히로 단장이 참석, 최적의 환경 마련을 약속한다. 오승환은 약 일주일 뒤 일본에서도 입단식을 소화한다. 조기 방문은 빠른 리그 적응을 바라는 구단의 바람에서 추진됐다. 구단 관계자는 산케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홈인 고시엔구장과 클럽하우스 시설, 거주할 곳 등을 먼저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년간 머물 주거지는 오승환이 직접 고른다. 외국인선수들에게 고베 로코아일랜드에 위치한 아파트를 제공하고 있으나 본인 의사를 최대한 존중 반영할 계획이다. 오승환은 와다 유타카 감독, 담당코치 등과 만나 내년 기용 방침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이미 마무리로 낙점을 받았으나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정규시즌에서의 컨디션 관리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매체들은 한신이 이미 다양한 권한을 오승환에게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오승환은 12월 중순부터 괌에서 개인훈련을 가질 계획이다.
오승환에 대한 한신의 극진한 배려는 낯설지 않다. 영입 직후 등번호 22번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믿음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 22번은 특급 마무리의 상징이다. 한신에선 올해 메이저리그 진출 전까지 붙박이 마무리로 활동한 ‘야구소년’ 후지카와 규지(시카고 컵스)가 달았다. 후지카와는 통산 562경기에서 42승 25패 220세이브 평균자책점 1.77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사사키 가즈히로, 다카스 신고 등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들도 22번을 달았다. 오승환은 당초 한국에서 사용한 21번을 원했으나 이와타 미노루가 번호를 쓰고 있어 구단의 선택에 따르기로 했다. 이에 22번을 내놓은 한신은 “아무나 달 수 있는 번호가 아니다. 일부러 비워놓았다”고 밝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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