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얘기만 나오면 투자심리가 출렁이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유로존의 구매관리자지수(PMI) 둔화를 비롯한 경제지표 부진이 이어지며 투자심리를 잡아줄 요인이 부족해서다. 동남아시아 금융불안에 대한 트라우마(심리적 충격)가 남아있는 가운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내증시 외국인 수급의 방향성이 모호해진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결국 상승 모멘텀 둔화에 대한 트라우마로 코스피의 등락이 반복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25일 시장 전문가들은 펀더멘털 모멘텀을 바탕으로 연말 미국 소비 수혜주 등에 대한 매매집중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테이퍼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키는 펀더멘털 모멘텀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주 후반 미국증시가 상승추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도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를 극복할 정도로 경제지표 호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기(원·달러, 엔·달러 환율 하락추세)에서 코스피가 상승추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국내외 경기회복세와 실적 개선세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이번주 후반부터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코스피의 분위기 반전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주 후반 국내 경상수지, 산업생산, 경기선행지수 발표로 인한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도가 강화되고,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 기대감이 반등시도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국내 기관의 수급개선세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60일선 전후에서의 비중확대는 유효하며, 추세적인 상승 여부는 20일선 턴어라운드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대응전략 측면에서는 그동안 언급해왔던 주도주(화학, 조선, 금융)와 미국 소비모멘텀 수혜주 등 단기 모멘텀 수혜주(IT, 유통, 섬유의복)에 대한 매매집중도를 높이는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모멘텀(경기 및 실적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고, 환율 변동성에 대한 민감도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장희종·조영성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 어느새 올 한해도 마무리 시점이다. 연간으로 코스피 성과는 보합권 수준이지만, 연말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는 양상이다. 전통적으로 코스피의 연말 성과는 긍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지난 1990년부터 코스피의 월간 평균 수익률을 보면 연말에서 1월까지 연속해서 나은 성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12월 성과는 플러스 수익을 기록할 확률과 평균 수익률이 여타 월간 대비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부터와 2000년부터 모두 같은 결과다.
경기 선행지수가 우상향 하는 시기에 연말 코스피 성과는 특히나 뚜렷했던 적이 많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 회복 시기였던 2001년, 2003년, 2005년, 2006년, 2009년, 2010년, 2012년의 연말 월간 코스피 수익률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대부분이었다. 올해 연말 증시 성과도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한다.
소비지출 비중이 큰 미국 경제에서 최근 발표된 10월 미국 소비판매의 회복은 연방정부 폐쇄기간 중임에도 긍정적이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번 미국 연말소비는 전미소매협회(NRF) 전망에 의하면 3.9% 수준으로 지난 2001년 이후 평균 수치인 3.3% 보다 높다. 평균 수준 이상 연말소비 증가율 기록한 때는 대체로 코스피의 12월 수익률도 플러스를 기록했다. 올해 양호한 미국 연말소비와 경기회복 흐름 감안할 때 긍정적 12월 증시 성과가 기대된다.
경기회복 시기에 연말 양호한 성과 보였던 업종은 반도체, 소매 등으로 파악된다. 경기민감 업종 중심 긍정적 증시 접근 유효한 상황이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 미국시장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5.1배까지 상승하면서 역사적인 중립수준의 밸류에이션에 도달했다. 현재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주당순이익(EPS), 주당순자산가치(BPS) 증가율을 감안해 내년 기대수익률을 5~10%로 예상한다.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으나, 잠재성장률 개선을 감안하면 2018년 1분기까지는 긍정적인 접근이 가능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중립수준으로 회귀함에 따라 유럽, 아시아 등 저평가된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주요 5개국 아시아 경기선행지수가 지난 9월에 상승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경기선행지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아시아 경기선행지수 상승국면에서 아시아 신흥시장 주가상승이 진행됐다. 아시아 경기선행지수는 31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회복 추세가 진행될 경우 경기회복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열어둔다. 아시아 신흥시장 밸류에이션이 저평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은 수출증가로 10월부터는 경기회복 속도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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