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짐승들의 사생활-13장 떠나가는 사람들(222)

시계아이콘01분 2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짐승들의 사생활-13장 떠나가는 사람들(222)
AD


장로가 된 영감은 그곳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다가 결국 목사와 교회세습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새벽에 교회 재단에 불을 질렀고, 결국 쫒겨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녀가 여기 골짜기에 기도원을 지으려고 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이장과 하림은 그날 저녁으로 경찰서에서 풀려났다.

“영감님, 걱정 마시고, 건강하세요.” 나오면서 하림이 처음으로 영감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셈이었다. 영감은 약간 놀란 듯이 하림을 쳐다보았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었고, 아는 체 할 것도 없었다. 경찰서를 나오니까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날 장선생님이 사람들 앞에서 우리 아버지가 동네 개들을 쏘아죽이지 않았다는 걸 말씀 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어떻게 보자면 그 일에서부터 이렇게 번진 것이니까요. 어쨌건 아버지로선 억울한 누명을 벗은 셈이죠.” 남경희가 뜨거운 커피잔을 두손으로 받으면서 말했다.

“사실 나도 그 땜에 골치가 좀 아프긴 해요. 그 최기룡이란 사람, 경찰에서는 자기는 그런 일이 없다고 딱 잡아떼고 있데요. 그날 본 사람이라고는 나 밖에 없다 보니까..... 오히려 그는 나에게 무고죄로 집어놓겠다고 큰소리를 쳐대고 있다고 해요.” 하림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미안해요. 괜히 우리 때문에.....” 남경희가 말했다.


“아뇨. 꼭 그쪽 때문만은 아니예요. 최기룡이란 사람,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 화실로 수도 고치러왔다가 만났죠. 인상이 좀 고약하다고 느꼈을 뿐 그땐 아무 것도 몰랐어요. 그런데 얼마 후 총소리가 났고, 어스름할 무렵 그가 저수지 가에서 죽은 개를 질질 끌고 그 집 앞 울타리 부근에 던져두고 가는 걸 보았죠. 경로잔치 때 내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한 대로 말이예요. ” 하림이 말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난 그가 범인일거라는 자신은 없었어요. 그가 왜, 동네 개들을 연쇄적으로 엽총으로 쏘아 죽여야 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하림은 남경희의 짙은 갈색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그날 경로잔치에 나타난 걸 보고 모든 걸 확연히 깨달았어요. 그날 그가 <차차차 파라다이스> 상무 완장을 차고 송사장이랑 나란히 나타난 순간 말이예요.” 하림은 가볍게 한숨을 한번 들이쉬고 나서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니까 그는 벌써부터 송사장에게 포섭되어 치밀하게 일을 꾸민 것이지요. 남선생이랑 남선생 아버지를 이 동네에서 쫒아낼 구실을 만드는 계획 말이예요. 그래서 개를 쏘아 죽인 후, 그 시체를 이층집 울타리 앞에다 던져두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혐오감과 적대감을 자아내기 위해서 말이죠. 마침 남선생 아버지는 개를 싫어 하셨고, 그 일로 윤재영 씨 고모할머니랑 다투기까지 한 터여서 혐의를 뒤집어씌우기 딱 좋았던 거죠. 사실 동네 노친네들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다들 입을 다물어버렸죠. 어쨌거나 그들로서는 기도원이 들어오는 것보다는 <차차차 파라다이스> 같은 대규모 위락시설이 들어와 동네가 개발되고 덩달아 땅값까지 오른다면 더 나을 거라는 계산이 서있었던 거겠죠. 특히 윤재영 씨 고모할머니가 발 벗고 나섰구요.”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